번역도구(CAT TOOL) 개요
2017년 연말부터 국내 번역 카페를 오랜만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서인지 번역가 되겠다는 사람이 많다. 질의 응답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들을 보면 매우 기초적이다. 원래 다 그렇게 시작하는 법이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질문 중의 하나가 캣툴을 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정보가 부족해 질문은 당연히 Trados를 사야 하느냐 하는 것이 캣툴에 관한 질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CAT TOOL(이하 "캣")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다. Wordfast나 간신히 거론되는 수준이다. 며칠 전 네이버 블로그도 한 번 시험해볼 겸, 글을 올렸는데 그쪽엔 캣에 초점을 맞춘 글을 한번 써봤다. 그로부터 한 이틀 지났을까 캣에 관한 문의가 올라왔고 거기에 달리는 답의 내용이 너무나도 표피적이고 여전히 캣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있어서 아무래도 당분간 나의 블로그 무대가 될 이 블로그로 그 글을 가져오기로 했다.
아직도 요즘도 국내에서는 워드, PDF로 갖고 작업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나는 국내 번역회사와는 단 한 곳도 거래하지 않는다). 지극히 열악하고 원시적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번역 게시판에선 아직도 캣의 효용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국내 번역 회사들의 낙후된 수준이기도 하겠지만, 캣이 무엇인가, 어떤 도움을 주는가에 관한 글은 별도로 작성할 것이고 오늘 포스팅에서는 며칠 전 네이버에 올렸던 글을 다듬을 겸, 대표적인 캣툴을 다룰 것이다. 본격적인 캣툴 제품의 논의하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를 확실히 선언하고 가겠다. 영상 번역이나 서적 번역이 아니고 문서 번역을 진지하게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캣을 사용해야 한다. 여기엔 이론이 있을 순 없다.
나는 항상 효율을 찾는 성격이어서 많은 도구를 섭렵했고 외국 에이전시만 상대로 업을 이어가다 보니 의외로 많은 캣툴을 섭렵했다. 사실 캣을 포함한 기타 번역 도구 사용법에서는 아마도 책 한권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가의 자질이니 이런 얘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일단 번역을 시작해서 최소한 2, 3개월이라도 본격적으로 번역을 경험한 후, 더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 팁을 전하고자 한다. 국내에는 딱히 이런 것들을 제대로 모아놓은 곳도 없거니와 전체적으로도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취약하기 그지없어서다. 아무래도 국내 인구가 적다 보니 인기 종목이 아닌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나는 영어가 자유롭고 검색 능력이 상당한 수준인지라 독학(학이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으로 번역업을 이어왔다. 따라서 내가 아는 것을 영업 기밀이 아닌 정도에 가능한 한 많이 공유하고자 하며 그 첫 출발은 일단 CAT Tool일 것이다.
나는 아마도 지금 10여 종에 달하는 CAT Tool을 썼거나 현재 쓰고 있다. 내가 전업 번역가로 나선 6년 전만 해도 국내나 해외나 캣툴의 지존은 Trados였다. 당시만 해도 Trados가 없으면 번역일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다. 에이전시들이 트라도스 없으면 한마디로 인간 대접도 안 해줬다. 초기에 배워서 하겠다고 했더니 "그리 간단히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난 인터넷 벤처 회사 경력도 있어서 사실 소프트웨어는 두려울 게 없었다. 당시 트라도스의 가격은 1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당시에 6, 700유로였는데 그때만 해도 유로가 꽤 비쌌다.
1) Trados (www.sdl.com) 가격 500유로~
(거의 연중무휴 세일한다. 할인 정보가 필요하면 내 스팸메일에 쌓여 있으므로 게시판에 질문 남겨 놓으면 최신 정보로 제공할 수 있다)
연중 내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Trados는 캣툴(이하 "캣)의 대명사임은 부인할 수 없다. 번역 업계에서 국내라도 트라도스를 못 들어봤다면 아재 개그로 "빨갱이"다. 나머지 캣은 트라도스의 파생품이라 말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오랜 기간 유지해왔다. 사실 6년 전,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실제 번역할 문서는 참고용으로 보내고 트라도스 번역 파일을 보내오면 거기에 작업해서 보냈다. 그러니 트라도스가 없으면 외국 번역계에선 인간 취급도 못 받았다. 아직도 나는 당시 구입했던 2009년 스튜디오를 사용하고 있다. 굳이 3, 40만 원씩 주면서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2009년 스튜디오는 그 이전의 버전에서 획기적으로 UI를 바꿔나온 버전이어서 이후 몇 년간은 미미한 업그레이드였고, 구태여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1, 2년이란 세월이 기존의 트라도스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세월도 아니었다.
이후 번역회사들이 다양한 툴로 옮겨갔고(메모Q, 워드패스트의 성장), 이후 트라도스의 영향력은 그만큼 쇠퇴해져서 더더욱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참고로 대형 외국 에이전시 회사에서는 아직도 2007년 트라도스 파일 포맷으로 작업물을 보낼 정도이다. 한 대형 에이전시는 여전히 번역가들에게 TTX 파일(2009년 이전 버전의 파일 양식)을 기본 파일로 제공한다. 이따금 2009 이후의 버전을 보내온 적도 있는데(거의 없음, 아니면 내가 미리 말함) 그러면 번역회사 PM에게 2009 버전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바로 보내온다. 딱 한 번 외국 번역가 구인 포스팅에서 2013 버전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회사가 있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과연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6년 전 일감의 80%가 트라도스였다면 지금 나의 경우는 20% 미만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다른 좋고 저렴한 CAT Tool이 많이 나왔고 요즘은 캣도 클라우드가 대세인지라, 개인적으로 볼 때 트라도스는 '저무는 해'이기 때문이다(이건 개인적 의견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번역에 기술이 도입되면서 가장 먼저 complete한 캣 솔루션을 내놨던 트라도스인지라(기억엔 MS로부터 수백만, 아니면 수천만 달러의 투자까지 받았던 회사이다) 기술 번역 쪽에서는 가히 지존이다. 아마도 모든 MS Office 번역이 트라도스를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 짐작한다(나는 그 이후에 번역시장에 진입했다). 캣 기술의 핵심이랄 수 있는 Translation Memory가 방대한지라 10여 년 전부터 트라도스를 써온 회사는 함부로 트라도스를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트라도스는 여전히 번역 업계의 스탠다드임은 분명하다. 아래에 2017 트라도스의 tutorial 비디오를 첨부한다.
장점:
1. 업계 표준이다. 에디터 파일 SDXLIFF 파일은 업계 표준이다.
2. 다른 캣으로 옮겨도 트라도스 에디터 파일(번역 작업이 이뤄지는 파일)은 물론, TM 파일까지 그대로 다 유입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트라도스 파일을 호환하지 못하는 캣툴은 절대 자사의 캣툴을 팔 수 없을 정도로 트라도스의 위엄은 대단하다.
3. 유구한 역사 덕분인지 2009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어려운 문서를 가장 잘 여는 것 같다. 캣툴이라면 워드는 당연하고 포맷 많은 PDF, PPT, 그다음에 MS Publisher인가, 다자인이 많이 들어간 문서까지 잘 열어주지만, 약간씩 가져오는 정보가 다른데 이 부분에선 느낌상 여전히 트라도스가 가장 잘 여는 것 같다. (이 부분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아무튼 트라도스의 위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4. 지존답게 다양한 앱들이 있다. 요즘 버전에는 아마 대부분의 그런 기능이 자체 프로그램 안에 통합되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이 큰지라 오픈소스로 각종 툴을 만들어서 공급했다. http://appstore.sdl.com/ 페이지만 봐도 안다. 요즘은 그런 앱 없이도 대개는 처리가 되므로 그 장점도 미미해졌다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5. 이건 장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트라도스를 배우고 나면 캣의 원서로 학습한 격일 정도로 학습 커브가 높으므로 다른 캣은 껌이다. 과연 이게 장점일지는 모르겠으나.
6. 과거 투자비, 축적된 TM의 마이그레이션 문제, 이런 것들로 인하여 에이전시들이 볼모로 잡혀 있는 면도 있어 여전히 상당한 점유율을 유지해 갈 것이다. (아래 점유율 도표 참조, 2014년인가의 자료여서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겠으나).
단점:
1. 너무 비싸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 가격과 러닝 커브 또한 높아서(물론 2009전 버전임, 지금은 개선됐을 것) 금전적으로나 학습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싼 비용이 든다. 권장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의 경험에 비춰볼 때 트라도스의 중요성은 날로 급전직하 추세이다. 에이전시조차 등을 돌리는 것을 볼 때, 기술 번역에서나 명맥을 유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한 번에 10개 국어까지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한 글로벌 번역 에이전시 측에서는 클라우드 쪽이 관리 측면에서 훨씬 용이할 것이다(다시 말하지만 요즘 버전은 내가 잘 모른다). 다만 메모Q가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득세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측면에서였다.
2. 너무 배우기 어렵다
요즘 버전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무겁고 뻑도 잘난다. 텀베이스는 악몽이었다(지금은 개선된 것으로 안다).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의 한계가 느껴졌다. 트라도스는 스위스인가, 아무튼 유럽 베이스다. 미국은 번역 따위엔 관심이 없는지라, 유럽에서 트라도스가 개발된 건 당연한 일이리라.
3. 프로그래머들의 한계성
니치 시장의 텍 회사의 한계점은 아무래도 최고급의 프로그래머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위 2항의 단점이 비롯된 것이리라.
4. 장래성
그리고 3항의 단점은 4항으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이러한 인재 유치에서 뒤지는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기계 번역의 득세로 인해 스타트업 회사들(SMARTCAT, LILT)이 클라우드 캣에 뛰어들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 클라우드 회사 측이 굴뚝 시대의 트라도스보다 인재 스카우트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므로, 개발자들의 실력상 트라도스가 클라우드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프로그램 강자들의 도전도 없었다. 물론 트라도스를 판매하는 SDL(이 회사에 대한 설명은 이 글의 말미에 나온다) World Server라고 꽤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클라우드 버전도 있고 지금도 사용 중인데 유틸리티 측면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클라우드 캣툴에 비해 밀린다. 클라우드 쪽에서 트라도스가 정신 못 차리면 기술 번역 쪽에서 연명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의 번역 일감과 10여 종의 캣 사용 경력을 토대로 한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생각한다.
장점:
1. 직관적인 UI, 트라도스 쓰다가 메모큐를 접하니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2. UI 덕분에 여기서 많이 배웠다. 단축 키도 잘 돼 있고, 여기서 배운 걸 트라도스에서 숨겨져 있어 모르던 걸 찾아 배울 정도였다.
3. 무료로 번역회사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번역회사 측이 메인 라이선스를 갖고 일종의 클라이언트 개념으로 작업 기간 중 임시 전자 라이선스를 주면 그것으로 작업을 PC에 다운로드하여 따로 구입하지 않고도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작업하고 온라인상으로 작업물을 전송한다. 사실 클라우드나 다름없다. 초기에는 작업 기간 동안은 본인의 개인 작업을 작업을 해도 됐는데, 아마 신상품이어서 마케팅 차원에서 허용했던 것 같다. 요즘은 임시 라이선스가 있거나 없거나 파일 작업은 가능하지만, 전자 라이선스가 있어도 TM을 못 붙이게 해서 사용 안 한다. 현재 내 고객 중 2개 사가 사용 중이다. 최대 4곳까지 있었다.
단점:
1. 가격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트라도스보다는 쌀 거다
2. 그 외는 별로 없었다.
3. 다만 새로운 캣이어서 그런지 PM들이 TRANSLATOR와 EDITOR의 역할을 잘못 지정해 특히 감수 맡은 사람이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ADMIN 모듈은 번역가 모듈보다 UI가 어려운 것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다. 그리고 번역 시에도 이전 파일에 새로 번역할 부분을 겹쳐서 보내오는데 이럴 경우, 애먹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 역시 ADMIN 모듈 쪽의 문제인듯. 이건 설명하기 너무 길다. 하지만 이전 번역 완료된 파일이 올 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참고로 메모큐기 한 2, 3년 무섭게 치고 올라왔으나 안타깝게도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프라인 캣이 점점 영토를 뺐기고 있다. 한 5, 6개월 전에 메모큐 클라우드 버전을 볼 기회가 있었다. 1회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UI도 거의 똑같았지만,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고, 엄청 버벅였고 한글 작업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다른 온라인 캣도 몇 년째 이러고 있는 회사들이 있는데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인듯 하다). 아무튼 한글로 쓰기에는 준비가 안 됐다. 내가 번역회사 측에 지랄할 정도였다. 전혀 쓸 수 없었다. 아마 지금 열라 개발하고 있을 거다.
4) 기타 오프라인 캣- Across, 과거에는 한 가닥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소프트웨어. 이것도 일종의 클라이언트 개념으로 PC에 다운로드해 놓고 프로젝트 통지를 받으면 접속하여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물론 메모큐와 마찬가지로 고객 측이 사용료를 지급했겠지만). UI도 구렸고 서버도 버벅였다. 4년째 거의 주 단위로 작업해 오고 있는 포춘 500대 기업에서 사용했는데, 한 1년 반 정도 사용한 후에 퇴출당하고 그 자리를 클라우드 캣이 차지했다. 그런 중요한 고객을 잃었으니, 이 캣이 내 PC에서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Across도 합병되거나 사라지지 않을까? 파일 한번 보내는 데 몇십 초씩 걸렸다. 결국 나의 고객사가 클라우드로 이용하면서 Across도 내 PC에서는 뒤안길로 사라졌다. 혹시 그 자리를 채운 Smartling에 합병된 건지도 모르겠다.-Star Transit.***별표를 친 것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회사가 SDL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번역 캣 업계의 강자였다. 얼핏 보기엔 트라도스와 상당히 유사했다. 당시 읽은 기억으로는 이 회사가 자금 사정이 좋았는지 Trados를 인수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기술이었던 Transit 브랜드를 버리고 Trados로 갈아탔다. 초기 문라이팅 시절에 트랜짓을 사용했다 (가격도 엄청났다, 에이전시 측에 야매로 공급함). 지금 Trados의 사이트가 SDL이고 공식 명칭이 SDL Trados인 이유도 바로 그래서인 것으로 안다(100% 자신은 못 하나 아마 맞을 듯).
이것이 내가 직접 사용해 본 오프라인 캣이고 그밖에 몇몇 군소 툴이 있다. - SDLX 아래 도표를 보니 이 친구가 아직 살아 있다. 아무튼 번역 알바 시절 캣이 없을 때 에이전시 측에서 제공했는데 그게 무료 툴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꼬리에 Lite 버전이 들어갔고 영국회사에서 준 것이므로 야매는 아닐 테고 트랜짓의 번역가 버전이었던 걸로 유추한다. 간단한 에디터의 역할을 했다. 하도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당시에 모 외국계 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들에게 재무제표 개론을 가르치는 교육자료였는데 큰 사고가 나자 내 이력서를 인터넷에서 본 PM이 나를 찾아와 프로젝트를 구제해줬다. 덕분에 이후 국제회계기준 변경으로 계열사의 지분법 등을 교육하는 자료까지 20만 단어를 3, 4개월 정도에 걸쳐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사실은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
지나치게 길어졌다. 번역가답게 단어 수를 세어보니 2,300단어다. ㅋㅋ
내가 아는 캣의 역사 정도로 보면 되겠다. 사실 오프라인 캣툴은 컴퓨터 언어로 따지면 이젠 C++ 같은 존재다. 새로 입문하는 사람 중에 트라도스 사야 하나요? 라고 묻는 사람이 많다.
간단히 말하겠다. "3백만원 짜리 프로젝트를 받은 게 아니면 절대 사지 말아라"라다. 공짜 옵션도 널려 있는 상태이고 트라도스 파일이라도 얼마든지 번역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캣툴 2편 클라우드 버전에서 설명하겠다.
도표: 아래는 https://happytranslator.net/6-interesting-statistics-cat-tools-hated-cat-tool-expensive-cat-tool/ 페이지에서 참고로 가져온 2014년인가의 기준으로 본 각 캣툴의 시장 점유율 자료이다.
아직도 요즘도 국내에서는 워드, PDF로 갖고 작업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나는 국내 번역회사와는 단 한 곳도 거래하지 않는다). 지극히 열악하고 원시적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번역 게시판에선 아직도 캣의 효용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국내 번역 회사들의 낙후된 수준이기도 하겠지만, 캣이 무엇인가, 어떤 도움을 주는가에 관한 글은 별도로 작성할 것이고 오늘 포스팅에서는 며칠 전 네이버에 올렸던 글을 다듬을 겸, 대표적인 캣툴을 다룰 것이다. 본격적인 캣툴 제품의 논의하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를 확실히 선언하고 가겠다. 영상 번역이나 서적 번역이 아니고 문서 번역을 진지하게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캣을 사용해야 한다. 여기엔 이론이 있을 순 없다.
나는 항상 효율을 찾는 성격이어서 많은 도구를 섭렵했고 외국 에이전시만 상대로 업을 이어가다 보니 의외로 많은 캣툴을 섭렵했다. 사실 캣을 포함한 기타 번역 도구 사용법에서는 아마도 책 한권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가의 자질이니 이런 얘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일단 번역을 시작해서 최소한 2, 3개월이라도 본격적으로 번역을 경험한 후, 더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 팁을 전하고자 한다. 국내에는 딱히 이런 것들을 제대로 모아놓은 곳도 없거니와 전체적으로도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취약하기 그지없어서다. 아무래도 국내 인구가 적다 보니 인기 종목이 아닌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나는 영어가 자유롭고 검색 능력이 상당한 수준인지라 독학(학이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으로 번역업을 이어왔다. 따라서 내가 아는 것을 영업 기밀이 아닌 정도에 가능한 한 많이 공유하고자 하며 그 첫 출발은 일단 CAT Tool일 것이다.
나는 아마도 지금 10여 종에 달하는 CAT Tool을 썼거나 현재 쓰고 있다. 내가 전업 번역가로 나선 6년 전만 해도 국내나 해외나 캣툴의 지존은 Trados였다. 당시만 해도 Trados가 없으면 번역일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다. 에이전시들이 트라도스 없으면 한마디로 인간 대접도 안 해줬다. 초기에 배워서 하겠다고 했더니 "그리 간단히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난 인터넷 벤처 회사 경력도 있어서 사실 소프트웨어는 두려울 게 없었다. 당시 트라도스의 가격은 1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당시에 6, 700유로였는데 그때만 해도 유로가 꽤 비쌌다.
1) Trados (www.sdl.com) 가격 500유로~
(거의 연중무휴 세일한다. 할인 정보가 필요하면 내 스팸메일에 쌓여 있으므로 게시판에 질문 남겨 놓으면 최신 정보로 제공할 수 있다)
연중 내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Trados는 캣툴(이하 "캣)의 대명사임은 부인할 수 없다. 번역 업계에서 국내라도 트라도스를 못 들어봤다면 아재 개그로 "빨갱이"다. 나머지 캣은 트라도스의 파생품이라 말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오랜 기간 유지해왔다. 사실 6년 전,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실제 번역할 문서는 참고용으로 보내고 트라도스 번역 파일을 보내오면 거기에 작업해서 보냈다. 그러니 트라도스가 없으면 외국 번역계에선 인간 취급도 못 받았다. 아직도 나는 당시 구입했던 2009년 스튜디오를 사용하고 있다. 굳이 3, 40만 원씩 주면서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2009년 스튜디오는 그 이전의 버전에서 획기적으로 UI를 바꿔나온 버전이어서 이후 몇 년간은 미미한 업그레이드였고, 구태여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1, 2년이란 세월이 기존의 트라도스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세월도 아니었다.
이후 번역회사들이 다양한 툴로 옮겨갔고(메모Q, 워드패스트의 성장), 이후 트라도스의 영향력은 그만큼 쇠퇴해져서 더더욱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참고로 대형 외국 에이전시 회사에서는 아직도 2007년 트라도스 파일 포맷으로 작업물을 보낼 정도이다. 한 대형 에이전시는 여전히 번역가들에게 TTX 파일(2009년 이전 버전의 파일 양식)을 기본 파일로 제공한다. 이따금 2009 이후의 버전을 보내온 적도 있는데(거의 없음, 아니면 내가 미리 말함) 그러면 번역회사 PM에게 2009 버전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바로 보내온다. 딱 한 번 외국 번역가 구인 포스팅에서 2013 버전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회사가 있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과연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6년 전 일감의 80%가 트라도스였다면 지금 나의 경우는 20% 미만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다른 좋고 저렴한 CAT Tool이 많이 나왔고 요즘은 캣도 클라우드가 대세인지라, 개인적으로 볼 때 트라도스는 '저무는 해'이기 때문이다(이건 개인적 의견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번역에 기술이 도입되면서 가장 먼저 complete한 캣 솔루션을 내놨던 트라도스인지라(기억엔 MS로부터 수백만, 아니면 수천만 달러의 투자까지 받았던 회사이다) 기술 번역 쪽에서는 가히 지존이다. 아마도 모든 MS Office 번역이 트라도스를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 짐작한다(나는 그 이후에 번역시장에 진입했다). 캣 기술의 핵심이랄 수 있는 Translation Memory가 방대한지라 10여 년 전부터 트라도스를 써온 회사는 함부로 트라도스를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트라도스는 여전히 번역 업계의 스탠다드임은 분명하다. 아래에 2017 트라도스의 tutorial 비디오를 첨부한다.
장점:
1. 업계 표준이다. 에디터 파일 SDXLIFF 파일은 업계 표준이다.
2. 다른 캣으로 옮겨도 트라도스 에디터 파일(번역 작업이 이뤄지는 파일)은 물론, TM 파일까지 그대로 다 유입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트라도스 파일을 호환하지 못하는 캣툴은 절대 자사의 캣툴을 팔 수 없을 정도로 트라도스의 위엄은 대단하다.
3. 유구한 역사 덕분인지 2009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어려운 문서를 가장 잘 여는 것 같다. 캣툴이라면 워드는 당연하고 포맷 많은 PDF, PPT, 그다음에 MS Publisher인가, 다자인이 많이 들어간 문서까지 잘 열어주지만, 약간씩 가져오는 정보가 다른데 이 부분에선 느낌상 여전히 트라도스가 가장 잘 여는 것 같다. (이 부분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아무튼 트라도스의 위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4. 지존답게 다양한 앱들이 있다. 요즘 버전에는 아마 대부분의 그런 기능이 자체 프로그램 안에 통합되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이 큰지라 오픈소스로 각종 툴을 만들어서 공급했다. http://appstore.sdl.com/ 페이지만 봐도 안다. 요즘은 그런 앱 없이도 대개는 처리가 되므로 그 장점도 미미해졌다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5. 이건 장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트라도스를 배우고 나면 캣의 원서로 학습한 격일 정도로 학습 커브가 높으므로 다른 캣은 껌이다. 과연 이게 장점일지는 모르겠으나.
6. 과거 투자비, 축적된 TM의 마이그레이션 문제, 이런 것들로 인하여 에이전시들이 볼모로 잡혀 있는 면도 있어 여전히 상당한 점유율을 유지해 갈 것이다. (아래 점유율 도표 참조, 2014년인가의 자료여서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겠으나).
단점:
1. 너무 비싸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 가격과 러닝 커브 또한 높아서(물론 2009전 버전임, 지금은 개선됐을 것) 금전적으로나 학습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싼 비용이 든다. 권장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의 경험에 비춰볼 때 트라도스의 중요성은 날로 급전직하 추세이다. 에이전시조차 등을 돌리는 것을 볼 때, 기술 번역에서나 명맥을 유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한 번에 10개 국어까지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한 글로벌 번역 에이전시 측에서는 클라우드 쪽이 관리 측면에서 훨씬 용이할 것이다(다시 말하지만 요즘 버전은 내가 잘 모른다). 다만 메모Q가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득세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측면에서였다.
2. 너무 배우기 어렵다
요즘 버전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무겁고 뻑도 잘난다. 텀베이스는 악몽이었다(지금은 개선된 것으로 안다).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의 한계가 느껴졌다. 트라도스는 스위스인가, 아무튼 유럽 베이스다. 미국은 번역 따위엔 관심이 없는지라, 유럽에서 트라도스가 개발된 건 당연한 일이리라.
3. 프로그래머들의 한계성
니치 시장의 텍 회사의 한계점은 아무래도 최고급의 프로그래머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위 2항의 단점이 비롯된 것이리라.
4. 장래성
그리고 3항의 단점은 4항으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이러한 인재 유치에서 뒤지는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기계 번역의 득세로 인해 스타트업 회사들(SMARTCAT, LILT)이 클라우드 캣에 뛰어들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 클라우드 회사 측이 굴뚝 시대의 트라도스보다 인재 스카우트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므로, 개발자들의 실력상 트라도스가 클라우드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프로그램 강자들의 도전도 없었다. 물론 트라도스를 판매하는 SDL(이 회사에 대한 설명은 이 글의 말미에 나온다) World Server라고 꽤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클라우드 버전도 있고 지금도 사용 중인데 유틸리티 측면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클라우드 캣툴에 비해 밀린다. 클라우드 쪽에서 트라도스가 정신 못 차리면 기술 번역 쪽에서 연명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의 번역 일감과 10여 종의 캣 사용 경력을 토대로 한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생각한다.
2) MemoQ: 600유로(아마 할인하면 트라도스보다 싼 것으로 알고 있다)
한 3, 4년 전쯤에 우연히 요청을 받아 이 캣을 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오프라인 도구 가운데 가장 선호한다. 특히 초기에 그 난해한 트라도스를 배우느라 적지 않게 고생했던 나로서는 이미 캣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터여서 더욱 쉽게 배웠다. UI가 직관적이고 탁월하여 개인적으로 MemoQ를 트라도스보다 선호한다. 아마도 memoQ로 캣에 입문하였더라면 훨씬 빨리 배웠을 것이다. 요즘 모든 캣이 그렇듯이 트라도스 파일과 호환이 되므로 트라도스 파일을 그대로 임포트해서 사용하고 트라도스 파일 포맷으로도 내보내기하여 번역회사에 보내도 된다. 번역회사 측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몇 번 다른 캣으로도 보낸 적이 있는데 당연히 모른다). 내가 메모큐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트라도스 구입 후 2년 정도 되는 시점이었으므로 반드시 트라도스가 올드 버전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거다. 시장 점유율을 보아도 거의 유일하게 트라도스에 상처를 입힌 오프라인 캣 툴이 아닐까 싶다. 헝가리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라고 헝가리의 한 여자 PM이 자부심을 갖고 말하길래 헝가리에서 얼마나 잘 만들었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놀라웠다. 우선 메모큐의 당시 장점은 이러했다.장점:
1. 직관적인 UI, 트라도스 쓰다가 메모큐를 접하니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2. UI 덕분에 여기서 많이 배웠다. 단축 키도 잘 돼 있고, 여기서 배운 걸 트라도스에서 숨겨져 있어 모르던 걸 찾아 배울 정도였다.
3. 무료로 번역회사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번역회사 측이 메인 라이선스를 갖고 일종의 클라이언트 개념으로 작업 기간 중 임시 전자 라이선스를 주면 그것으로 작업을 PC에 다운로드하여 따로 구입하지 않고도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작업하고 온라인상으로 작업물을 전송한다. 사실 클라우드나 다름없다. 초기에는 작업 기간 동안은 본인의 개인 작업을 작업을 해도 됐는데, 아마 신상품이어서 마케팅 차원에서 허용했던 것 같다. 요즘은 임시 라이선스가 있거나 없거나 파일 작업은 가능하지만, 전자 라이선스가 있어도 TM을 못 붙이게 해서 사용 안 한다. 현재 내 고객 중 2개 사가 사용 중이다. 최대 4곳까지 있었다.
단점:
1. 가격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트라도스보다는 쌀 거다
2. 그 외는 별로 없었다.
3. 다만 새로운 캣이어서 그런지 PM들이 TRANSLATOR와 EDITOR의 역할을 잘못 지정해 특히 감수 맡은 사람이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ADMIN 모듈은 번역가 모듈보다 UI가 어려운 것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다. 그리고 번역 시에도 이전 파일에 새로 번역할 부분을 겹쳐서 보내오는데 이럴 경우, 애먹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 역시 ADMIN 모듈 쪽의 문제인듯. 이건 설명하기 너무 길다. 하지만 이전 번역 완료된 파일이 올 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참고로 메모큐기 한 2, 3년 무섭게 치고 올라왔으나 안타깝게도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프라인 캣이 점점 영토를 뺐기고 있다. 한 5, 6개월 전에 메모큐 클라우드 버전을 볼 기회가 있었다. 1회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UI도 거의 똑같았지만,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고, 엄청 버벅였고 한글 작업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다른 온라인 캣도 몇 년째 이러고 있는 회사들이 있는데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인듯 하다). 아무튼 한글로 쓰기에는 준비가 안 됐다. 내가 번역회사 측에 지랄할 정도였다. 전혀 쓸 수 없었다. 아마 지금 열라 개발하고 있을 거다.
3) Wordfast (400유로???)내가 문라이팅으로 작업하기 시작할 때, 100달러면
구입이 가능했다(그런데 글을 쓴 후 가격을 보니 훗!). 당시에는 싼 맛에 구입했고 아주 가볍고 직관적이었고 CAT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아마도 문턱이 낮다는 것이 점유율(아래 도표 참고) 2위로 떠오르는 데 크게 기여한 모양이다. 사실 내가 번역을 시작했던 시절, 미국 뉴욕의 글로벌 에이전시도 이미 트라도스를 배제하고 이 캣을 사용했다.
한마디로 No-nonsense 캣툴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트라도스 파일을 100% 호환하지는 못하였고 문서 캡처라든가 그런
면에서 아무래도 기능에서는 트라도스에 크게 뒤졌다. 나는 한 4, 5개월 사용한 후, 이미 일감이 늘어남에 따라 거금을 들여
트라도스로 옮겨 탄 이후에는 둘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샷건과 새총의 느낌) Wordfast의 사용을 접게 되었다. 평생 라이선스인지라 아직도 이전 버전(CLASSIC과 2.0Pro인가 그럴 거다)을
내릴 수는 있겠으나 트라도스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터여서 나의 캣 레퍼토리에서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하지만
유용하게 사용하였고 덕분에 트라도스에 입문하기 전 캣의 기본 개념을 파악하게 해준 나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분식집의 느낌을 주는 사랑스런 캣툴이다. 가격도 저렇게 오르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간 장족의 발전을 하였을 것이 틀림없으니 꼭 검토해 볼 대상이긴 하다. 물론 지금은 트라도스와 호환도 잘 될 것이다.
장점:1. 여전히 쓰기 쉬울 것이다. '복잡한 트라도스는 가라'라는 식으로 출발한 회사인만큼 여전히 가볍고 매끄러울 것으로 유추한다.2. 저렴하다. (앗, 취소, 분명 100달러에 샀는데, 그 저렴한 덕에 얘들 많이 컸다) 하지만 여전히 프리 버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캣의 맛을 보려면 테스트해보면 될 것이다. 아니면 튜토리얼을 한번 자세히 시청하면 좋을 것이다. 당시 프리 버전은 1만 단어인가, 5천 단어인가 무료로 풀 버전을 쓸 수 있었다. 수주 능력이 있으면 프리 버전은 금세 한계에 도달한다. 그래서 $100짜리 프로 2.0으로 올라탔다. 당시 프리 버전은 MS워드에 매크로를 설치해 쓰는 방식이었다(요즘의 캣툴처럼 좌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번역하는 형식이었다.
단점:1. 사용한 지가 워낙 오랜지라 모르겠으나 아무튼 당대에는 라이트급이었다.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가격이 저 정도라니 약간은 충격이다. 라이트급 선수가 헤비급으로 뛰어올랐는데 과연 헤비급과 싸울 정도가 된 것인가?4) 기타 오프라인 캣- Across, 과거에는 한 가닥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소프트웨어. 이것도 일종의 클라이언트 개념으로 PC에 다운로드해 놓고 프로젝트 통지를 받으면 접속하여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물론 메모큐와 마찬가지로 고객 측이 사용료를 지급했겠지만). UI도 구렸고 서버도 버벅였다. 4년째 거의 주 단위로 작업해 오고 있는 포춘 500대 기업에서 사용했는데, 한 1년 반 정도 사용한 후에 퇴출당하고 그 자리를 클라우드 캣이 차지했다. 그런 중요한 고객을 잃었으니, 이 캣이 내 PC에서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Across도 합병되거나 사라지지 않을까? 파일 한번 보내는 데 몇십 초씩 걸렸다. 결국 나의 고객사가 클라우드로 이용하면서 Across도 내 PC에서는 뒤안길로 사라졌다. 혹시 그 자리를 채운 Smartling에 합병된 건지도 모르겠다.-Star Transit.***별표를 친 것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회사가 SDL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번역 캣 업계의 강자였다. 얼핏 보기엔 트라도스와 상당히 유사했다. 당시 읽은 기억으로는 이 회사가 자금 사정이 좋았는지 Trados를 인수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기술이었던 Transit 브랜드를 버리고 Trados로 갈아탔다. 초기 문라이팅 시절에 트랜짓을 사용했다 (가격도 엄청났다, 에이전시 측에 야매로 공급함). 지금 Trados의 사이트가 SDL이고 공식 명칭이 SDL Trados인 이유도 바로 그래서인 것으로 안다(100% 자신은 못 하나 아마 맞을 듯).
이것이 내가 직접 사용해 본 오프라인 캣이고 그밖에 몇몇 군소 툴이 있다. - SDLX 아래 도표를 보니 이 친구가 아직 살아 있다. 아무튼 번역 알바 시절 캣이 없을 때 에이전시 측에서 제공했는데 그게 무료 툴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꼬리에 Lite 버전이 들어갔고 영국회사에서 준 것이므로 야매는 아닐 테고 트랜짓의 번역가 버전이었던 걸로 유추한다. 간단한 에디터의 역할을 했다. 하도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당시에 모 외국계 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들에게 재무제표 개론을 가르치는 교육자료였는데 큰 사고가 나자 내 이력서를 인터넷에서 본 PM이 나를 찾아와 프로젝트를 구제해줬다. 덕분에 이후 국제회계기준 변경으로 계열사의 지분법 등을 교육하는 자료까지 20만 단어를 3, 4개월 정도에 걸쳐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사실은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
지나치게 길어졌다. 번역가답게 단어 수를 세어보니 2,300단어다. ㅋㅋ
내가 아는 캣의 역사 정도로 보면 되겠다. 사실 오프라인 캣툴은 컴퓨터 언어로 따지면 이젠 C++ 같은 존재다. 새로 입문하는 사람 중에 트라도스 사야 하나요? 라고 묻는 사람이 많다.
간단히 말하겠다. "3백만원 짜리 프로젝트를 받은 게 아니면 절대 사지 말아라"라다. 공짜 옵션도 널려 있는 상태이고 트라도스 파일이라도 얼마든지 번역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캣툴 2편 클라우드 버전에서 설명하겠다.
도표: 아래는 https://happytranslator.net/6-interesting-statistics-cat-tools-hated-cat-tool-expensive-cat-tool/ 페이지에서 참고로 가져온 2014년인가의 기준으로 본 각 캣툴의 시장 점유율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