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감수는 어떻게 하나요? 감수 아님, 교정입니다.
품질 보증에 가장 이상적이고 동시에 가장 번거로운 번역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고 그렇게 하는 회사가 있다. 그만큼 품질이 중요한 문건이다.
번역 -> 감수 -> 번역자 확인 -> 고객 측 감수 -> 번역가 재확인
이런 프로세스에서는 가급적이면 감수, 즉 두 번째 단계에서는 원문이 나쁘지 않은 한, 거의 안 건드리는 것이 좋다. 번역카페에 자주 올라오는 faq 중에 하나가 "감수는 어떻게 하나요?"다.
나는 이른바 "감수" 업무를 거의 안 하지만, 원칙은 이렇다. 원문이 너무 형편없지 않은한 "최대한 안 건드린다"이다.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번역한 내용이 일단 공장번역(그리 높지 않다)의 품질 범위 안에 있으면 되니까. 둘째, "돈 안 되니까." 그리고 특히 위 프로세스에서는 고객 측 감수까지 있으니까. 시시콜콜한 것까지 고치면 캣툴 안에서 번역을 고치다가 철자법, 띄어쓰기 이런 데서 오히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작업 중에서 글로벌 VDR 회사의 번역물인데 한 감수자의 이야기다. 번역자 확인 단계, 즉 위의 3단계에서 파일을 열어보니 감수자가 고친 문장을 의미하는 "코멘트"가 달려 있는 세그먼트가 우수수(우수수는 아니지만, 과거의 건에 비해) 보인다. "아, 또 내가 원하는 것보다 한 4배는 많다). 아무튼 보다 보니 CONCORDANCE 속에서 매칭한 것도 고친다(CONCORDANCE는 겉으로는 안 보인다). 전적으로 불필요하다. 뭐 그냥 내 원문 클릭으로 복구할 수도 있으나 그냥 교정 다 받아준다.
내 글도 감수하기 싫다.그런데... which is bread and butter for... 이 문구에서...내가 번역할 때, 그냥 "빵과 버터"라고 할까 하다가 친절하게 "주식"이란 표현을 덧붙여줬다. "주식인 김치와 밥"이라고 고쳐왔다. 개인의 의견에 따라 다르지만, 나의 스타일로는 한숨 나온다. 이런 거까지 고치면 답 없다. 뭘 고칠지 모르니까. 이 문건, 대기업 인수합병팀 관계자들이 보는 자료다. 그것도 주로 외국 회사 인수할 때. 팁: 문건의 독자 지식 수준 무시하지 말라
"김치와 밥"이라고 바꿀 거면 "주식"은 원문에 없으니 빼야지. 다시 강조하지만, 내 관점에서는 센스 빤스다(노인 개그군). 요 표현 과하지만, 걍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의견임을 강조하는 것이도 하구...
이 작업 내가 몇 년씩 고객 측과 조율해서 닦아놓은 번역이고 80%를 CONCORDANCE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사전에 "가급적이면 이거 과거에 조율 많이 된 번역물이므로 가급적이면 손대지 말라고 전한다. 파일 여러 개 있으면 어떤 파일부터 먼저 번역하라"고 감수자에게 전해달라고까지 PM에게 이멜 보낸다. 그런데도 이렇다. 불필요한 수정 많아도 넘어가려 했으나, PM에게 이렇게 코멘트했다.
Again a bit too many changes. I am not saying that I am a perfect writer, but I've been handling this for 3-4 years and I noticed some changes being made to what I dragged out of concordance matches. I think that it is best that we keep proofer's role to simple proofing. I accepted most of the changes but I also had to revert back quite a few, like the proofer changing "bread and butter" to "kimchee and rice" which is in my opinion out of line. It kind of scares me what changes I will see next. I added "main meal" to the "bread and butter" just in case (the readership doesn't know what bread and butter means). I probably have jus let the changes go but "kimchee and rice"? We are just translators not in the business of literary creativity, especially in these straight forward serious biz articles..Let's stay true to the source. If anyone wants to bring Kimchee into this, it should be the client, not a proofer.
ㅋㅋ 이메일 보니 완전 블로그 글 쓰듯 쓰는구나. 암튼... 이거 내 번역은 제대로 나가는 거임? 아무튼 글 보는 것도 지겨워서 번역물 아니면 훌러덩 보고 마니까... 번역물도 훌러덩 보는데... 직업병.
FAQ: 감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공장 번역가를 위한 실용 팁입니다.1. 글 스타일 사람마다 다릅니다. 원래 번역자의 스타일 극존중하세요. 2. 번역물은 감수하지 말고 교정만 하세요. 오타, 맞춤법, 띄어쓰기 눈에 보이는 것, 번역자 실수로 FRAGMENT 난 것(인간이니 종종 있다, 많지 않으면 된다) 정도만 고치면 됩니다. 이름을 근사하게 붙여놓았지 감수가 아닙니다. 교정입니다. 그리고 너무 고치면 오류 생깁니다. 즉, Marginal(쬐끔) 나은 문장으로 바꿀 거면 고치지 마세요. 그리고 경계선에 있는 단어도 가급적이면 고치지 마세요. 고쳐서 100% 나아질 것만 고치세요.3. 교정만 해서 도무지 퀄리티("공장번역") 안 나오면 중단하고 에이전시에 다시 써야 한다고 말하세요. 함부로 고쳤다가 책임 뒤집어 씁니다. 게다가 싸움 납니다. 당신이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 세요.
FAQ: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요?아니요.
내가 본 블로그에서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감수 작업, 국내에서 얼마나 주나? 외국서도 요즘은 3센트 이상 받기 어렵다. 받는 대가만큼 일하라. 번역물 원문 나쁘면 에이전시 책임이다. 교정자가 책임 질 일 아니고 책임져서도 안 된다. 감수, 근사한 단어에 취하지 말라, 믿거나 말거나 그걸 완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번역가 카페에 들어가 봐라. 그리 따질 것 없는 것 같고 익명 게시판 난리 법석이다.우리는 번역가다, 그것도 공장 번역가. 번역사란 말 난 절대 안 쓴다. 번역을 사랑하니까 하는 이 일 하는 거지, "사"자 달라고 하는 거 아니다. 사람이 "사"자 달린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사"자 중에 나쁜 놈 얼마나 많은가 매일 보지 않는가. 사람이 중요한 거다. 타이틀이 중요한 게 이니고. 오히려 "번역사"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초라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편건에 가까운 거부감까지 갖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번역사 시험도 있기는 하다지만... 그런 분들은 예외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번역사 자격증은 폐해가 더 큰 것으로 안다. 이 또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한다.
위와 같은 실수는 주로 "초보"(욕 하는 것 아니다, 그냥 처음 번역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단점 중 하나다. 좋게 말하면 의욕, 열정,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고양"된 거다.
그리고 간혹 가다가 구력되는 번역가들 중에도 이따금 있다. "완장질"이다.내가 매우 까탈스러운 것 같지만, 내 오랜 구력에 날린 번역가 4, 구제해준 번역가 2이다. 품질 갖고 시시비비 절대 많지 않다. 내가 원래 감수를 기피하므로 많이 보지 않고 사고 난 건 의뢰 들어온 것 봐주면서 발생한 거다. 남의 생계도 걸린 문제이니 특히 시시콜콜한 것 갖고 따지면 성격 파탄자다.
위의 건은 새 감수자와 조율하는 것일 뿐이다. 서로의 작업이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