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는 번역가 시험 감수 건, 공장번역, 그리고...
주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써왔고, 최근에는 워드프레스로 이전 중입니다.
번역가와 캣툴에 관한 한, 가장 많은 글(책 한 권 분량)이 담긴 블로그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네이버
https://blog.naver.com/mkimcpa
워드 프레스
www.gongbone.com
오늘 또 급변해 가고 있는 공장 번역계의 단상을 알 수 있는 한심한 일이 있어 올린다. 사실 오늘의 글은 써놓고 보니 조금은 그 내용이 혹독하다. 오늘 일어난 일을 적으려 키보드를 패다 보니 그 불쾌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암울하게 들릴 수 있으나 공장번역에 절망만 있다면 애초 블로그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분들에게 나름 알릴 것이니, 오늘 이 글의 냉소적인 부분은 단지 현재 업계에 대한 냉철한 주관적인 나의 의견이다. 일단은 팩트 파인딩에 근거해서 대처해야 하므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올바른 상업 번역가로서의 덕목이 뭔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 블로그의 목표이고 그 목표를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블로그를 시작하기에 검색한 바로는 푸념은 많으나 이러한 현실을 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는 글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냥 힘들다 정도... 이게 고작인 거 같아서 열심히 써보고 있다. 오늘은 면책조항이 앞에 떴다. 그만큼 오늘 글은 내가 재수 없는 번역가 시험 감수 건을 경험하면서 느낀 불쾌감과 비슷할 것이다. 사실은 주요글이나 번역가 섹션에 더 적합하겠으나 낙서장으로 분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도... 나중에는 아마 번역가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을까 싶다.
뜬금없이 늦은 시각에 번역사 시험 하나를 봐달라고 연락이 왔다. 나 이 회사랑 관계 안 좋은데...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싫어 하는데 일감은 많은 곳이라서 취할 것은 취하고 대부분은 버린다. 여기 해외 에이전시랑 번역 좀 해본 사람이라면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의 글로벌 회사이다. 그런데 낮은 단가의 대명사다. 무슨 회사가 이래? 그래서 glass door에서 오래 전에 확인해봤다. 그곳에서 일한 직원이나 번역가나 평판 더럽게 한다. 아무튼... 거래한 지, 한 6년 됐고 주요 거래처도 아니다. 그간 두어 번 가격 할인하자는 이메일을 받았다. 첫 번째는 전체 번역가 차원에서 보낸 이메일이었고, 그 후로 2년 후 개별적으로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두 번 다 no thank you다. 말은 좋다, 일감은 더 있을 거라고. No thank you라고 해도 잘라진 않는다. 잘려도 그만이고... 아무튼 안 잘렸다. 가물에 콩 나듯 그래도 일감이 온다. 내가 즐겨 쓰는 표현처럼 "비오는 날"에 대비해서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감수는 안 하려고 가뜩이나 센 번역 단가의 50%를 표준 감수 가격으로 잡는다. 국내는 잘 모르겠으나 외국에선 번역 단가의 1/3 정도 수준이다. 초기에는 좀 해봤으나, 솔직히 국내 공장 번역가의 품질은 열악한 처우 탓인지 수준이 매우 낮다. 그러다보니 5건 중 한 건은 꼭 "공장 번역"에서도 퇴출받아야 마땅할 건이 나오는데 그거 하나면 나머지 4건의 무난한 감수 작업은 도루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내 글도 보기 싫은데 남이 망쳐 놓은 글은 오죽하겠는가?
이 서론은 왜 늘 이렇게 길어지는지...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 가자.
아무튼 이 회사에서의 일감이 지난 10월부터 확 늘었다. 월 800~1천 달러 가까이 들어온다. 요즘 한반도 위기 고조, 그리고 해외에 나가는 투자금이 더 없는지, 금융번역이 줄은 터여서 정말 "비올 때" 효자 노릇하고 있다. 일단 2개가 왔는데 2개 다 글로벌 1위 회사다. 하나는 스포츠, 하나는 하이텍이다. TM도 참고 파일로 오므로 이전 번역을 볼 수 있다. 워낙 한심하고 그나마 미국 문서 아래에 보통 나오는 면책조항에 가서 보면 내가 며칠 전 여기 어딘가에 실은 면책조항보다 못한 글들이 난무한다. 그야말로 공장이 아닌 "가내 수공업" 번역이다. 이런 수준이 해외 에이전시가 흘러들었으니... 아무튼 버틴 덕이다. 그리고 버틸 수밖에 없다. 정신줄 제대로 잡힌 사람이라면...
그런 에이전시에서 나한테 번역가 시험을 봐달라고 하는데 내 시간당 번역 요율의 50%다. 그래도 후했다. 단어당 5센트.
얘네들이 어인 일로? 하기 싫지만 까짓거 하지 (마침 오늘 블로그 쓰는 중에 제법 큰 건을 이 회사에서 수주했다, 아마 저가 번역가가 설날이라서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게 앞 부분부터 시험 치고는 허술하다(보통 번역가 시험은 그나마 감수로 본다면 준수한 편에 속한다, 뽑히려고 30분에 끝낼 거 두 시간 가량 다듬어서들 보내니까, 내가 받는 시험 중 통과되는 분량이 분명 6-70%는 넘는다). 고로 한 중간쯤 내려가니까, 이게 기계번역이잖아? 아예 맨 마지막 문장에 가서는 이렇게 코멘트했다.
한 절반 봤을 때 이런 코멘트를 실었다.
- Poor writing structure. As this test is already considered a "F" in my scorecard and also with the budget given, I am just giving an approximation of the correct sentence, rather than scrutinizing it.
이미 이 작업의 버젯이 끝나가고 이 시험은 내 관점에선 F학점이니 별 달리 수정하지 않겠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이런 코멘트를 달게 되었다.
Here, the last sentence doesn't make any kind of sense. It must be an MT. If XXXX wants to test its engine, please do not involve me in the future.
여기서 xxxx는 이 번역회사 이름이다. 번역하자면 "너희 나보고 지금 기계번역 실력 테스트 하라는 거냐? 이런 거 앞으로는 보내지 말아라." 어쟀든 워드에 코멘트 적었다. 그리고 돈 받고 하는 일이니... 뭐가 몇 개 틀렸고 틀린 분류는 뭐고 적고, 틀린 것의 정도(minor, major, critical)를 적은 엑셀 시트가 있다. 성적표다. 상세하게 적어야 하나 그냥 5,5,5로 한 분류에 찍었다.
그리고 overall comment에 이렇게 적었다. 잘 발라야겠다.
This seems like a machine translation. You don't need a human translator for this quality. I even suspect whether you are asking me to test your MT engine. I've detailed my scores in the Word sheet. Not quite sure why XXXX is even asking me to do this review (if this is indeed a MT translation, please do not send me these in the future). I mean I see like 3 critical errors (see Word) even in the well formatted sentences, let alone the poorness of the overall translation. Thus it is impossible to put how many errors are which and what category they belong to, since every sentence seems problematic. I've exhausted more time than given in the budget. The whole document is dismal. That is why I avoid editing of any words over 500 (also I charge 50% of my trasnlation rates) but this is really bad.
오타 투성이다. 괜찮다. 외국 아이들도 맨날 오타 투성이에 비문 투성이다. 외국 PM들보단 내가 훨 나으니까 괜찮다.
파일 업로드하고 이멜을 따로 보냈다.
I uploaded the files. It looks like XXXX is asking me to test your MT engine. If so, you might ask me to consult you which engine is the best. If this wasn't a MT, I think the translator should be banned from xxxx forever.
잠시 후 이메일이 왔다. 쪽 팔려서 답장 안 할 줄 알았는데...
Thank you for completing the QA check task. Please would you forward me the QA form.
파일 두 개 중 하나가 안 올라간 것 같다. 그런데 기계번역이냐는 질문엔 역시 답 없다. 그래서 잘됐다 싶어 빠진 파일 보내면서 이렇게 썼다.
Here you go. this was a machine translation, right? I've actually consulted another agency regarding the use of MT a couple of months ago.
한 번 더 속어로 "조갰다". "기계 번역 맞지?" 그리고 혹시 어느 엔진이 좋은지 가르쳐 달라고 물으면 돈이라도 뜯어내게... 컨설팅 운운했다. 이게 내가 즐기는 에이전시 공략법이다. 외국애들 그래도 순진해서 자기가 잘못했으면 안 개긴다. 내 이름 석자는 기억해 둘 것이다, 꼬몽딸레부처럼... 담에 한 문장의 백 배 값은 한다.
지금 이메일 보낸 지 1시간인데 답 없다. 기계 번역 맞는 거다. 요거, 살짝 기계번역 얹혀서 한국 번역가들에게 감수만 시키려고 지금 테스트하는 거 맞다 걔 중에 내가 고단가 축에 속하는 번역가니까, 나한테 보낸 걸 거다. 이거 깔때기 아니다. 이 회사는 일감이 많아 하루에 3, 4건 감수 요청이 온다. 주로 전체 한국 번역가에게 뿌리고 FIRST COME FIRST BASIS다. 먼저 접속하는 사람이 일 가져간다. 내 폰에서 여기 이메일을 발라낸지는 오래다. 폰만 시끄러우니까... 내가 알림 안 오게 발라낸 나의 이메일에 스팸함 직행 이메일 키워드를 내가 베껴 오겠다.
New Word Rate
$16.00 per 1000 words
$16.,00 per 1000 words다, 감수 단가다. 그리고 $23 per 1000 words인가가 하나 더 있다. 원래 단어당 얼마 이러던 게 단어 당 $0.016 이렇게 적어야 하니까, 아예 1천 단어당으로 바꾼 거 같다. 단위까지 바꿔가며 단가를 말할 정도로 엉망이 된 거다. 지랄... 그런데 웃긴 게 있다. 가끔 시장 동향 파악하러 한가할 때 이런 job notice 들어온 게 확인되면 호기심으로 들어가서 본다. 그러면 상당수 내가 가장 먼저 들어간다. 예전엔 1년에 한 번 정도 내려받아 보기도 했는데 한 몇 년 안 보다가, 연말에 한가하길래 한 번 들어가서 봤다. 1만 단어 감수 건인데 280$인가 그랬다. 요건 왠지 더 붙었다. 12월이라서 한가하던 차에 한 번 해볼까 해서 주웠다. 내용 보고 결정하면 다른 사람이 채간다(치열하다). 무조건 내렸다. 국가명이었다. 처음엔 횡재한 줄 알았다. 내가 마침 1만 2천 단어 지명 용어집이 있으니까 (이 블로그 어딘가에 첨부되어 있다). 엑셀 다운로드가 있어서 엑셀로 매칭 시켜보니 약 20%밖에 매칭이 안 됐다. 내 용어집에 매칭해봤다(이것도 블로그에 있다, 아마 엑셀 매칭법이라고 돼 있을 거다. 매칭하는 것보다 두 페이지 긁는 게 시간 더 걸렸다. 뭐 한 40페이지 있었는데 다 보려면 그거 페이지 넘어가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릴 거다). 감수 건이니 한 15분 시도해봤다. 사이트도 엄청 버벅였고 내가 수정하려면 이유까지 적어야 했다. 그래서 바로 이메일 썼다. 나 안 할래! 그리고 던졌다. 누군가 집어갔다. ㅍㅎㅎ 제대로 하려면 이틀 이상 걸린다. 왜냐하면 나의 1만 2천 단어 용어집도 못 잡은 건 그것이 특수 산업이 속해 있는 공장 지대였으니까 오지다.
그 후로 웃겨서 job notice가 들어오면 한 며칠 동안 들어가봤다. 내가 1착인가. 역시 상당수 1착이다(이거 공장 번역가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그리고 새로고침을 한다. 생각보다 빨리 집어간다. 보통 1, 2분이면 집어간다. 현실이 암담했다. 이거 제대로 하면 시간당 1만원 안 나온다(물론 날림으로 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전문 번역가의 도리가 아니다). 영상번역 10분당 2만원 짜리와 다름없다. 좋다, 출판번역이 있으면 공장번역이 있고 가내수공업 번역도 있겠다. 더 이상 설명하면 피곤하다. 절박한 이유가 있겠고... 이것이 어쩌면 최저 임금이 1만원으로 어서 올라야 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인신 공격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으리라. 그러면 번역을 뭐 하러 하는가? 이렇게 들릴 수도 있으니...
사실은 이런 류의 글은 번역가 카테고리에서 가장 마지막에 적합한 글이지만... 일단 미리 써놓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앞으로는 "공장 번역가"란 카테고리만 다루면 될 것이다. "가내 수공업 번역"은 논외다. 일단 편의상 40원 대의 번역을 나는 "가내 수공업" 번역으로 정의하겠다. 그리고 이 점 분명히 한다. "가내 수공업"이 유용한 분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 당 1천 단어를 번역하는 사람이 있고(있다곤 들었다) 수주 능력까지 뛰어나면 연간 1억이 넘을 테니 그 분들은 제외하고 말한다(극히 드물 것이다). 이 계산을 자꾸 되풀이하는 이유는 상업번역에 뛰어든 사람으로서는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계산이다. 1년은 2천 시간, 여기에서 나의 한 시간 단어 작업량 x 단가를 하면 연간 수입이 나온다(100% 수주 시). 예외는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아닌 한, 분명 다 알지는 못하니 나의 면책조항이다).
번역가와 캣툴에 관한 한, 가장 많은 글(책 한 권 분량)이 담긴 블로그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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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급변해 가고 있는 공장 번역계의 단상을 알 수 있는 한심한 일이 있어 올린다. 사실 오늘의 글은 써놓고 보니 조금은 그 내용이 혹독하다. 오늘 일어난 일을 적으려 키보드를 패다 보니 그 불쾌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암울하게 들릴 수 있으나 공장번역에 절망만 있다면 애초 블로그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분들에게 나름 알릴 것이니, 오늘 이 글의 냉소적인 부분은 단지 현재 업계에 대한 냉철한 주관적인 나의 의견이다. 일단은 팩트 파인딩에 근거해서 대처해야 하므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올바른 상업 번역가로서의 덕목이 뭔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 블로그의 목표이고 그 목표를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블로그를 시작하기에 검색한 바로는 푸념은 많으나 이러한 현실을 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는 글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냥 힘들다 정도... 이게 고작인 거 같아서 열심히 써보고 있다. 오늘은 면책조항이 앞에 떴다. 그만큼 오늘 글은 내가 재수 없는 번역가 시험 감수 건을 경험하면서 느낀 불쾌감과 비슷할 것이다. 사실은 주요글이나 번역가 섹션에 더 적합하겠으나 낙서장으로 분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도... 나중에는 아마 번역가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을까 싶다.
뜬금없이 늦은 시각에 번역사 시험 하나를 봐달라고 연락이 왔다. 나 이 회사랑 관계 안 좋은데...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싫어 하는데 일감은 많은 곳이라서 취할 것은 취하고 대부분은 버린다. 여기 해외 에이전시랑 번역 좀 해본 사람이라면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의 글로벌 회사이다. 그런데 낮은 단가의 대명사다. 무슨 회사가 이래? 그래서 glass door에서 오래 전에 확인해봤다. 그곳에서 일한 직원이나 번역가나 평판 더럽게 한다. 아무튼... 거래한 지, 한 6년 됐고 주요 거래처도 아니다. 그간 두어 번 가격 할인하자는 이메일을 받았다. 첫 번째는 전체 번역가 차원에서 보낸 이메일이었고, 그 후로 2년 후 개별적으로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두 번 다 no thank you다. 말은 좋다, 일감은 더 있을 거라고. No thank you라고 해도 잘라진 않는다. 잘려도 그만이고... 아무튼 안 잘렸다. 가물에 콩 나듯 그래도 일감이 온다. 내가 즐겨 쓰는 표현처럼 "비오는 날"에 대비해서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감수는 안 하려고 가뜩이나 센 번역 단가의 50%를 표준 감수 가격으로 잡는다. 국내는 잘 모르겠으나 외국에선 번역 단가의 1/3 정도 수준이다. 초기에는 좀 해봤으나, 솔직히 국내 공장 번역가의 품질은 열악한 처우 탓인지 수준이 매우 낮다. 그러다보니 5건 중 한 건은 꼭 "공장 번역"에서도 퇴출받아야 마땅할 건이 나오는데 그거 하나면 나머지 4건의 무난한 감수 작업은 도루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내 글도 보기 싫은데 남이 망쳐 놓은 글은 오죽하겠는가?
이 서론은 왜 늘 이렇게 길어지는지...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 가자.
아무튼 이 회사에서의 일감이 지난 10월부터 확 늘었다. 월 800~1천 달러 가까이 들어온다. 요즘 한반도 위기 고조, 그리고 해외에 나가는 투자금이 더 없는지, 금융번역이 줄은 터여서 정말 "비올 때" 효자 노릇하고 있다. 일단 2개가 왔는데 2개 다 글로벌 1위 회사다. 하나는 스포츠, 하나는 하이텍이다. TM도 참고 파일로 오므로 이전 번역을 볼 수 있다. 워낙 한심하고 그나마 미국 문서 아래에 보통 나오는 면책조항에 가서 보면 내가 며칠 전 여기 어딘가에 실은 면책조항보다 못한 글들이 난무한다. 그야말로 공장이 아닌 "가내 수공업" 번역이다. 이런 수준이 해외 에이전시가 흘러들었으니... 아무튼 버틴 덕이다. 그리고 버틸 수밖에 없다. 정신줄 제대로 잡힌 사람이라면...
그런 에이전시에서 나한테 번역가 시험을 봐달라고 하는데 내 시간당 번역 요율의 50%다. 그래도 후했다. 단어당 5센트.
얘네들이 어인 일로? 하기 싫지만 까짓거 하지 (마침 오늘 블로그 쓰는 중에 제법 큰 건을 이 회사에서 수주했다, 아마 저가 번역가가 설날이라서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게 앞 부분부터 시험 치고는 허술하다(보통 번역가 시험은 그나마 감수로 본다면 준수한 편에 속한다, 뽑히려고 30분에 끝낼 거 두 시간 가량 다듬어서들 보내니까, 내가 받는 시험 중 통과되는 분량이 분명 6-70%는 넘는다). 고로 한 중간쯤 내려가니까, 이게 기계번역이잖아? 아예 맨 마지막 문장에 가서는 이렇게 코멘트했다.
한 절반 봤을 때 이런 코멘트를 실었다.
- Poor writing structure. As this test is already considered a "F" in my scorecard and also with the budget given, I am just giving an approximation of the correct sentence, rather than scrutinizing it.
이미 이 작업의 버젯이 끝나가고 이 시험은 내 관점에선 F학점이니 별 달리 수정하지 않겠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이런 코멘트를 달게 되었다.
Here, the last sentence doesn't make any kind of sense. It must be an MT. If XXXX wants to test its engine, please do not involve me in the future.
여기서 xxxx는 이 번역회사 이름이다. 번역하자면 "너희 나보고 지금 기계번역 실력 테스트 하라는 거냐? 이런 거 앞으로는 보내지 말아라." 어쟀든 워드에 코멘트 적었다. 그리고 돈 받고 하는 일이니... 뭐가 몇 개 틀렸고 틀린 분류는 뭐고 적고, 틀린 것의 정도(minor, major, critical)를 적은 엑셀 시트가 있다. 성적표다. 상세하게 적어야 하나 그냥 5,5,5로 한 분류에 찍었다.
그리고 overall comment에 이렇게 적었다. 잘 발라야겠다.
This seems like a machine translation. You don't need a human translator for this quality. I even suspect whether you are asking me to test your MT engine. I've detailed my scores in the Word sheet. Not quite sure why XXXX is even asking me to do this review (if this is indeed a MT translation, please do not send me these in the future). I mean I see like 3 critical errors (see Word) even in the well formatted sentences, let alone the poorness of the overall translation. Thus it is impossible to put how many errors are which and what category they belong to, since every sentence seems problematic. I've exhausted more time than given in the budget. The whole document is dismal. That is why I avoid editing of any words over 500 (also I charge 50% of my trasnlation rates) but this is really bad.
오타 투성이다. 괜찮다. 외국 아이들도 맨날 오타 투성이에 비문 투성이다. 외국 PM들보단 내가 훨 나으니까 괜찮다.
파일 업로드하고 이멜을 따로 보냈다.
I uploaded the files. It looks like XXXX is asking me to test your MT engine. If so, you might ask me to consult you which engine is the best. If this wasn't a MT, I think the translator should be banned from xxxx forever.
잠시 후 이메일이 왔다. 쪽 팔려서 답장 안 할 줄 알았는데...
Thank you for completing the QA check task. Please would you forward me the QA form.
파일 두 개 중 하나가 안 올라간 것 같다. 그런데 기계번역이냐는 질문엔 역시 답 없다. 그래서 잘됐다 싶어 빠진 파일 보내면서 이렇게 썼다.
Here you go. this was a machine translation, right? I've actually consulted another agency regarding the use of MT a couple of months ago.
한 번 더 속어로 "조갰다". "기계 번역 맞지?" 그리고 혹시 어느 엔진이 좋은지 가르쳐 달라고 물으면 돈이라도 뜯어내게... 컨설팅 운운했다. 이게 내가 즐기는 에이전시 공략법이다. 외국애들 그래도 순진해서 자기가 잘못했으면 안 개긴다. 내 이름 석자는 기억해 둘 것이다, 꼬몽딸레부처럼... 담에 한 문장의 백 배 값은 한다.
지금 이메일 보낸 지 1시간인데 답 없다. 기계 번역 맞는 거다. 요거, 살짝 기계번역 얹혀서 한국 번역가들에게 감수만 시키려고 지금 테스트하는 거 맞다 걔 중에 내가 고단가 축에 속하는 번역가니까, 나한테 보낸 걸 거다. 이거 깔때기 아니다. 이 회사는 일감이 많아 하루에 3, 4건 감수 요청이 온다. 주로 전체 한국 번역가에게 뿌리고 FIRST COME FIRST BASIS다. 먼저 접속하는 사람이 일 가져간다. 내 폰에서 여기 이메일을 발라낸지는 오래다. 폰만 시끄러우니까... 내가 알림 안 오게 발라낸 나의 이메일에 스팸함 직행 이메일 키워드를 내가 베껴 오겠다.
New Word Rate
$16.00 per 1000 words
$16.,00 per 1000 words다, 감수 단가다. 그리고 $23 per 1000 words인가가 하나 더 있다. 원래 단어당 얼마 이러던 게 단어 당 $0.016 이렇게 적어야 하니까, 아예 1천 단어당으로 바꾼 거 같다. 단위까지 바꿔가며 단가를 말할 정도로 엉망이 된 거다. 지랄... 그런데 웃긴 게 있다. 가끔 시장 동향 파악하러 한가할 때 이런 job notice 들어온 게 확인되면 호기심으로 들어가서 본다. 그러면 상당수 내가 가장 먼저 들어간다. 예전엔 1년에 한 번 정도 내려받아 보기도 했는데 한 몇 년 안 보다가, 연말에 한가하길래 한 번 들어가서 봤다. 1만 단어 감수 건인데 280$인가 그랬다. 요건 왠지 더 붙었다. 12월이라서 한가하던 차에 한 번 해볼까 해서 주웠다. 내용 보고 결정하면 다른 사람이 채간다(치열하다). 무조건 내렸다. 국가명이었다. 처음엔 횡재한 줄 알았다. 내가 마침 1만 2천 단어 지명 용어집이 있으니까 (이 블로그 어딘가에 첨부되어 있다). 엑셀 다운로드가 있어서 엑셀로 매칭 시켜보니 약 20%밖에 매칭이 안 됐다. 내 용어집에 매칭해봤다(이것도 블로그에 있다, 아마 엑셀 매칭법이라고 돼 있을 거다. 매칭하는 것보다 두 페이지 긁는 게 시간 더 걸렸다. 뭐 한 40페이지 있었는데 다 보려면 그거 페이지 넘어가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릴 거다). 감수 건이니 한 15분 시도해봤다. 사이트도 엄청 버벅였고 내가 수정하려면 이유까지 적어야 했다. 그래서 바로 이메일 썼다. 나 안 할래! 그리고 던졌다. 누군가 집어갔다. ㅍㅎㅎ 제대로 하려면 이틀 이상 걸린다. 왜냐하면 나의 1만 2천 단어 용어집도 못 잡은 건 그것이 특수 산업이 속해 있는 공장 지대였으니까 오지다.
그 후로 웃겨서 job notice가 들어오면 한 며칠 동안 들어가봤다. 내가 1착인가. 역시 상당수 1착이다(이거 공장 번역가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그리고 새로고침을 한다. 생각보다 빨리 집어간다. 보통 1, 2분이면 집어간다. 현실이 암담했다. 이거 제대로 하면 시간당 1만원 안 나온다(물론 날림으로 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전문 번역가의 도리가 아니다). 영상번역 10분당 2만원 짜리와 다름없다. 좋다, 출판번역이 있으면 공장번역이 있고 가내수공업 번역도 있겠다. 더 이상 설명하면 피곤하다. 절박한 이유가 있겠고... 이것이 어쩌면 최저 임금이 1만원으로 어서 올라야 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인신 공격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으리라. 그러면 번역을 뭐 하러 하는가? 이렇게 들릴 수도 있으니...
사실은 이런 류의 글은 번역가 카테고리에서 가장 마지막에 적합한 글이지만... 일단 미리 써놓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앞으로는 "공장 번역가"란 카테고리만 다루면 될 것이다. "가내 수공업 번역"은 논외다. 일단 편의상 40원 대의 번역을 나는 "가내 수공업" 번역으로 정의하겠다. 그리고 이 점 분명히 한다. "가내 수공업"이 유용한 분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 당 1천 단어를 번역하는 사람이 있고(있다곤 들었다) 수주 능력까지 뛰어나면 연간 1억이 넘을 테니 그 분들은 제외하고 말한다(극히 드물 것이다). 이 계산을 자꾸 되풀이하는 이유는 상업번역에 뛰어든 사람으로서는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계산이다. 1년은 2천 시간, 여기에서 나의 한 시간 단어 작업량 x 단가를 하면 연간 수입이 나온다(100% 수주 시). 예외는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아닌 한, 분명 다 알지는 못하니 나의 면책조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