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페셜 3 - 온두라스 전을 앞두고... 세계 랭킹 61위가 된 원인

자, 오늘 마침 온두라스와의 월드컵 평가전이 있다니 월드컵을 스페셜을 이어가 보자. 제법 긴 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정이 넘쳐 스포츠 기자나 박문성 해설 위원 같은 사람이 마땅히 다뤄야 할 기사이나, 그놈의 정 때문에, 튀면 안 되겠기 때문에 하지 못할 말들을 내가 해본다는 우리의 정서에는 그닥 적절하지 않은 스포츠 칼럼을 한번 써볼 계획이다. 계급장이 아닌 국적을 떼고 월드컵을 기다리는 일반 팬들에게 내가 보는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나름 스포츠에 대한 상당한 눈썰미를 갖춘 과거 스포츠 기자의 관점에서 논해보겠다. 
나는 한국 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에서 3전 전패, 잘해야 1무 2패로 16강에서 탈락할 것이며 아마도 10골은 내줄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이건 지극히 당연한 예측이다. 세계 랭킹을 보자  마지막으로 본 것이 61위인 것으로 기억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팀은 32개 팀이다. 한국한테는 월드컵 나갈 자격도 없다. 매번 월드컵 끝나면 아시아 티켓이 너무 많다는 논란이 나오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그 비아냥의 중심에 있을 거다. 30위 팀에서 60위 팀을 봐라








에이, 안 보니만 못했다. 21위에서 60위까지의 팀만 봐도 현재 우리 대표팀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6강, 언감생심이다. 씨도 안 먹히는 소리다.
아무리 국내 대회였지만, 한때 4강에도 올라갔고, 남아공 때만 해도 16강에 올랐던 팀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히딩크가 쌓아놓은 것 국내 대표팀이 다 말아먹은 탓이다. 아브보가트 등 중간에 외국 감독이 있었잖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그 어느 감독도 제대로 기회를 얻은 바 없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도 말아먹는데 기여했으나 그는 이미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가 제대로 말아먹은 팀을 물려받았다. 허정무 감독서부터 본격적으로 말아먹기 시작한 한국 국가대표팀은 8년에 걸쳐 모든 것이 무너졌다. 다만 히딩크가 쌓아놓은 체계의 잔재가 허정무 감독까지 그나마 유지되었던 탓에 박지성이라는 걸세출한 선수가 사실상 감독 역할을 하면서 그나마 16강에 올랐던 것이다. 나는 남아공에서의 허정무 감독을 "관객"으로 따라갔다는 심한 글을 언젠가 쓴 적이 있다. 남아공 팀의 감독은 박지성이었다. 시간 나면 다시 남아공에서의 아르헨티나 전과 최종전을 한 번 보시라. 누가 그 대회 한국 대표팀 감독이었는지.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 감독들은 단 1명의 스타도 키워내지 못했다. 손홍민은 독일이 키운 선수다. 박지성은 히딩크가 키운 선수고... 기성룡과 이청룡은 히딩크가 구축한 한국 축구 시스템에서 기회를 얻어 외국으로 나가 성공을 거둔 선수다.
내 아들도 축구 팬이어서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는 기성룡이 최강희 감독에 대한 발언으로 물의를 빋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그랬다지? "스코틀랜드 축구랑 한국 축구랑은 차이도 없다". 이런 말을 했단다. 해외파 선수들을 폄하해서 생긴 일이었다.
me: 기성룡이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데... 미들필더로서는 세계 20위권의 선수다(그 이유는 다음 기회가 있으면 설명하자. 간단히 말하자면 20-50위 미들필더는 엇비슷하다).
아들: He has an atittude problem though. 
me: 야, 그건 전적으로 감독 탓이야. 왜인지 알아? 최강희 감독이 축구에 대해 기성룡보다 훨씬 몰라. 만일에 너희 선생님이 세계 지도를 가져다 펼쳐 놓고 영국을 가리키면서 "이 섬나라가 일본이다"라고 말한다고 생각해봐라. 너 같으면 그 선생 존중하겠니? 감독은 선수보다 인격은 물론, 지식도 월등해야 하는데 한국 감독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
당시 아무도 기성룡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없었다(박근혜 쫓아낸 지금의 기개이면 달랐을까?). 기성룡은 정말 아까운 선수다. 홍명보를 완전히 잊게 만들어줄 자질을 갖춘 선수였으나, 지금은 전성기를 넘겼다. 나이 때문에 넘긴 것이 아니라, 개인 관리(국내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도 감독하고 주먹질했다는 기사를 봤다)에 어려움을 겪었고, 가장 큰 문제는 그가 너무 오랜 세월 이른바 "losing team"에서 뛰는 바람에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잃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벌써 2, 3년 전부터 기성룡이 팀을 이적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대체 그의 에이전트는 뭐 하는지). 그의 경기에서는 열정이 너무 사라졌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전성기 때 자기 실력을 잊은 것 같다. 맨날 지기 위해 경기장에 나서는 스완지 같은 팀에서 그리도 오래 뛰다 보니 엣지를 잃었고 그를 탓할 수도 없다. 그나마 국가대표에서 그 열정이 살아나는 것을 봤으나, 예전의 60% 수준이다. 정말 정말 아까운 선수다. 이번 월드컵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워줬으면 좋겠다.
뭐, 과한 표현이기는 하였으나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 중에서 해외에서 오랜 선수 생활을 한 사람이 없다. 지금까지 차범근 하나다. 그때는 워낙 한국 축구가 낙후돼 있었고 네덜란드는 정말 강했다. 그런데 히딩크한테 5:0으로 졌다고 대회 중간에 파면하고 불러 들였다. 내가 보기엔 이번 대회에서도 5골 먹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데 아마도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이 될 것 같아서 유감이다.
자,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한 사람이 감독을 맡으면 안 된다는 나의 이 지극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는 "반동적"사고방식의 근거는 무엇일까? 무조건 스타 선수만 훌륭한 감독이 되라는 법이 없다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 입증된다. 그러한 "반동적" 사고의 근거는 역시 개취이지만, 이렇다.
1. 해외에서 뛰어봐야 월드컵에 나가면 어떤 선수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안다. 우리가 동남아 하위권과의 경기에서 흔히 목격되는 게 골키퍼의 수준이다. 국내 선수라도 쉽게 막을 수 있는 슛을 놓친다. 아마 태국전이었을 거다. 손홍민의 강슛을 태국 골키퍼가 놀라서 골로 연결된 장면이 기억 난다. 월드컵에 나가면 각 조의 상위 두 팀은 강호다. 그런 팀과 경기를 하면 국내 골키퍼들도 당황하는 장면이 속속 연출된다. 이 또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큰 무대에 안 서봐서 "쫄아서"이다. 슈틸리케 때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김진현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둘째, 골키퍼의 입장에선 생전 듣도보도 못했던 각도에서 슈팅이 날아오고 역시 구경도 못했던 강슛이 "수시로" 날아든다. 비단 호나우두나 메시가 아니라도 강호라 할 수 있는 팀의 포워드들은 등지고도 도무지 저 상황에서 슛을 끌어낼 수가 없는데 날린다. 대표적인 예가 해리 케인이다. 골을 등지고도 무시무시한 슛을 날린다. 이건 비단 골키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1류 공격수를 마크해야 하는 수비수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분명 잘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문자 그대로 완전히 "털린다." 월드컵에서 나오는 슛은 20% 세고 20% 더 어려운 위치로 날아간다. 다행히 공격수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있어서 괜찮겠으나 국내에서 골 많이 넣는다고 월드컵 대표로 뽑으면 20%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거칠면서 패스 정확도가 눈부셔 단숨에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하는 수비수들을 만난다. 그리고 팔이 20% 더 길고, 다이빙 길이도 20% 더 빠르고, 반응도 20% 더 빠른 골키퍼를 만난다. 한마디로 국내, 중국, 일본 축구 리그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패스들이 작렬한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를 말할까? 맨유의 루니가 바로 그런 예이다. 맨유에 속해 있고 드물게 나오는 영국 선수이다 보니 영국 대표에 늘 뽑혔다. 아마도 루니처럼 월드컵에서 영국 국민을 실망시킨 선수도 드물 것이다. 맨유에서 시즌당 30골을 넣은 그이지만, 월드컵 나가면 보이지도 않는다. 그 이유? 월드컵 나가서 그가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이 영국애서보다는 20-30% 월등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골을 일일이 분석해보지는 않았으나 필경 하위권 팀에서의 득점이 그의 총득점에 엄청 기여했을 것이다. 즉 영양가 떨어지는 골. 당시 맨유의 전략이라면 아무나 그의 포지션에 갖다 놓아도 25골은 넣는다. 손홍민이 당시 맨유에 있었다면 30골은 기본이었을 거다.그렇다면 히딩크 시절에는 국내 선수들로만 구성하고도 어떻게 그리도 탄탄한 수비를 구축할 수 있었는가? 오로지 정신력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국내 감독들은 툭하면 "정신력" 내세우지만... 이것도 미개한 처사다. 국내파로선 걸세출의 스타인 홍명보가 있었고 송종국, 최진철, 이을룡, 이영표, 김태영 등등이 있었고, 이 선수들을 철저한 축구 기계로 만든 히딩크 덕분이다. 일단 선수의 자질(성격 포함)을 봐야 하는데 히딩크는 훌륭한 감별사였다. 그리고 당시 국내에서 월드컵이 열리기도 했고 히딩크의 인맥과 전지훈련 일정 등,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정말 충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평가전을 치를 수 있었다. 아마도 히딩크가 다시 국가대표팀과 일했다면 월드컵 직전에 온두라스(59위), 보스니아(41), 볼리비아(81위), 세네갈(그나마 28위)과 평가전을 하는 일정은 없었을 것이다. 아서라, 손홍민 다친다.
2. 자, 한국 감독에게 해외 경력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모름지기 훌륭한 감독이 되려면 훌륭한 감독한테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감독들 유감스럽게 한국 축구가 불모이던 시대에 축구 배운 사람들이다. 뭐 배운 게 없다. 거친 태클, 뻥 축구만 해대던 시절에 축구 배운 사람들이다. 교과서 보고 안 되는 게 있다. 그게 바로 현장 경험이다. 하나는 축구 선수로서, 그리고 박지성처럼 수년 간 명감독 아래에서 명감독의 작전을 배우고, 팀이 위기에 처할 때 그들을 이끌어가는 지도력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 감독을 맡아야 한다. 우리나라 감독 중에 1류 감독을 제대로 경험한 사람이 누가 있는가? 홍명보 정도? 그나마 원시 한국 축구의 끝자락에 있어서 한국 축구는 다르다는 믿음을 가졌던 그였기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도 있을게다. 다른 선수들은 히딩크 후 무슨 연유에선지 다 사라져 버렸으니까...  이 무식한 연공서열과 인맥을 통한 한국 감독 선정 기법 아래서는 한국 축구가 될 리 "만무"하다.축구 선수도 제대로 못 배웠어, 그렇다고 퍼거슨과 히딩크 수준의 감독이 어떤지도 몰라. 최소한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세대에서 감독이 나와야 그나마 이야기가 된다. 차범근 경기 중계할 돈도 없었던 뻥 축구 시대에 국내에서 이름만 유명했던 선수 출신들이 줄줄이 감독을 맡은 결과가 바로 우리가 보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현주소이다. 그중에서 나는 조광래 감독이 그나마 뭔가 신선한 걸 보여줬다고 했으나, 파벌에 밀려났다는 소문은 과연 우연일까? 박항서 감독도 그 씨잘데없는 아시안 게임 8강에서 탈락했다고 3, 4개월만에 쫓겨났지. 그래서 그의 실력은 모르겠으나 훌륭한 감독을 경험했던 그가 베트남을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2위로 이끈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그들에겐 변변한 스승도 없었다. 심하지만, 지도 놓고 필리핀을 일본이라고 하는 감독 아래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심하지만, 지도 놓고 필리핀을 일본이라고 하는 감독 아래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나는 지금은 국내파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난 올림픽, 6년 전부터 굳게 부르짖어 왔다. 그나마 차라리 슈틸리케 감독을 놔두는 것이 나았다. 감독 바꿔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이거 옛날 국내에서 볼 찼다고 해서 한국 국가대표 감독 시키는 것, 역시 억지 비유일지는 몰라도, 재벌 4세가 대물림해서 CEO 하는 거보다도 심하다고까지 생각 들 지경이다.
다음 글에서는 나의 열혈 축구팬 수준의 하찮은 지식만도 못한 대표팀 감독의 수준에 대해 설명할 것이며, 16강을 부르짖을 다른 열혈팬들에게 그나마 즐거움을 선사할 유일한 전술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물론 지극히 비전문가적인 수준이겠으나).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우리나라 감독들은 기본적인 전술도 모른다. 그게 화가 나서 이 장문의 글을 쓴다.
나의 연배 사내들이라면 기억할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국내 최고의 프랜차이스였다. 올림픽 출전도 어렵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온갖 사랑을 다 받았던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브랜드였다. 꼭 막판에 이스라엘, 호주에 물려 월드컵 예선 탈락해도 좋았다. 하지만 월드컵 예선의 아슬아슬한 탈락에도 감동하기엔 우리 눈이 너무 고급스러워졌다. 그래서 그 브랜드 가치가 제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제발 연봉 2, 3억에 무턱대고 감독직 맡지 말자. 애국 좀 하자.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