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번역공장

이제 자기 전에 짤막한 글이나 하나 올리고 눈 붙여야겠다.요즘 아시아권 일감은 급감(중국하고 인도에서 대량 저가 번역건 가져가서 그런 것 같다). 미국은 항상 유지하는 데 몇 년 부진하던 유럽권으로 물량 이동, 유로화가 싸서 그런가 보다. 내가 번역일 처음 시작했을 때 유로화 1,600원, 파운드화 1800원-1900원 오가셨다. 대략 영국이 업무 개시하는 한국 시간 5시부터 일 들어온다. 번역은 영국이 역시 미국과 함께 최강자...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망해도 여전히 한가닥한다. 번역이란 것 자체가 아마도 영국에서 제일 먼저 발달했을 터...
암튼, 해외 에이전시와의 작업에서 부담되는 것은 작업 시간이다. 빠르게 응답하여야 하니 잠 자다가도 일 받게 알림하고 잔다(알림 발라서 쓰잘 데 없는 이메일에 안 깨게 하려면 5, 6개월에 한 번은 몇 시간 씩 날잡아 이메일 발라줘야 한다). 처음 바를 때는 거의 1주일 걸렸다. 폰도 중요하고 앱도 중요하다. 공장 번역가의 고달픈 삶이다. 10만, 5만원짜리 하고 마칠 때쯤 되니 이번엔 마이애미다. 시세이도 화장품, 음 로레알은 많이 해봤지만, 시세이도는 첨이다. 암튼 다 transliteration이지, 웬만한 것 다 영어 발음 그대로 찍는다. 특히 컬러는... 과거 tm이 짱짱해서 concordance로 찾아보면 거의 다 나온다. 질 좋다. 이쯤하면 번역 아니고 붙여넣기다. 아무튼 인건비 나오는 거니 한 시간 쳐주고 4만원. 요즘 이만하면 선방이다. 한글말 고운말 극도로 강조하시는 분들, 야코 죽는 분야, 바로 패션과 화장품이다. 가끔 보면 업계 새내기 번역가 중 패션, 화장품 번역에서 열심히 번역해서 흉칙해지는 경우가 있다. 검정, 빨강, 분홍 이렇게 쓰면 물론 안 된다. 국내 쇼핑몰도 다 블랙이라 쓰는데 어찌 그런 번역가가 있는지 모르겠다. 왜 우리 말 고운데 이런 패션, 스타일 사이트에선 한글을 안 쓸까? 구려서다. 워낙 가난했던 나라여서 영어 쓰면 근사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모든 것에 애국주의 불어넣는 사람들 일이고... 아무튼 한글 써서 구린 부분들 많다. 상황에 맞게 쓰면 된다. 그러니 "우리말 고운 말" 이런 것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태극기 부대 수준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게 따지면 아마도 북한 말이 제일 곱겠지




다시 본론으로 짧은 문건들은 에이전시도 빨리 납품해야 하니 나를 단골로 찾아주는 pm들 아직 꽤 되신다. 요즘 짜투리가 꽤 쏠쏠하다. 심야영업 덕분이다.
팁: 화장품, 패션, 이런 거 할 때 가끔 가다보면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금융번역은 북한에서 미사일 쏴대면서 투자 올스톱의 영향이 있어서 작년에 피봤다. 좀 나아지려나...
공장번역가의 덕목... 제때 자고 제때 이러나는 건 언감생심,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2안 규칙적인 생활도 안 된다. 일 있을 때 일하고 없을 때 잔다. 엄청 체력을 요한다. 원래 강철 체력인데 요즘 비실비실이다. 오늘은 몇 건을 한 건지 모르겠다. 짜투리 3개 정도 더 있다. 내일인지 오늘인지 나중에 하면 된다. 온늘 이럭저럭 선방. 
그리고 번역 길게 하면 바로 잠 못 잔다. 한 두 시간 걸려야 제대로 잔다. 심야 영업 마치니 입이 달다. 아침 영업 하는 곳 나가서 먹어야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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