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대 치적 - 번역계에 발자국을 남기다.

일이 너무 몰려 또 한 나흘 연속 강행군, 어슬어슬. 자고 일어나면 눈알 아프고 머리 부은 느낌(병원 가야 할 듯). 오늘은 콜럼으로... 아,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나 자꾸 시사질을 하다 보니 나의 시사지 혹시 티꺼운 독자에 민폐 끼치기 싫어 카테고리 구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칼럼(칼럼인가?)이라 하기엔 글의 질이 후들후들해서 "꼴렴"으로 함. (앗 이놈의 네이버 맞춤법, 안 써, 지금 보니 제멋대로 고침,원래는 "꼴럼"임.) 사실 써놓고 걱정된다든가 사족 달기 위해서 들어와서 사족 많이 붙임. 그리고 보통 웃기는 이야기 꽤 있기도 함. 사족 다는 과정에서 후덜덜한 오타 많이 발견, 그래서 오늘 네이버 맞춤법 썼는데 꼴렴이 되다니. 
 

 

아무튼...잠이 더 필요하나 깨는 바람에 TV 트니 503호 뉴스. 503, 503, 순실이 아파서 병원 간단다. 이번에 병보석 악용 적폐를 아예 손보고 가야 할 듯. 허리 아프다나? 30대부터 허리 안 아픈 사람 없음. 물리치료 장비 간단한데 아예 감방에 갔다 놓고 의사 하나 배치해도 좋으니 치료 끝나면 병실 아닌 감방에 도로 넣는 게 나을 듯. 돈이 아무리 들더라도. 여기까지 일단 시사의 끝. 이제 번역 얘기...
이런 혐오스러운 503에게도,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아무 일도 안 한 503에게도 치적이 하나 있다. 과거에 김영삼의 3대 치적이라고 해서 조롱하는 농담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다 까먹었고 하나 기억나는 건 이거다. "IMF 사태를 촉발해서 국내 차량 체증 문제를 해결했다." 이거랑 비슷한 케이스가 하나 있어 "꼴렴"에 이 글이 오르게 된 것. 이건 번역가에게 있어 정말 대단한 치적임. 뭐, 박근혜가 다니는 곳마다 그 안 되는 언어 실력으로 연설(아니 또박또박 읽기) 하던 실력(아, 또박 읽기 후 그 뿌듯한 표정...) 얘기하나 싶으실 텐데 그건 아니다.
내가 번역가이기 때문에 박근혜가 그나마 하나의 치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거 거짓말 아니고 내가 그 단어 번역할 때마다 아마 수백 번은 503을 떠올린 케이스다. 그리고 그때마다 김영삼의 "교통 체증 치적"이 떠올랐지. 사실은 나의 "치적"이란 비아냥도 그 농담의 파생물이니까... 
그 유명한 드레스덴(이거 표기법 맞아? 또 직업병)이던가? 
자 본론, 내가 생각하는 박근혜 최대 치적의 주인공이 된 문구, 바로 "한반도 '프로세스'" 되시겠다. 이제 본격 번역 블로그 글이다. 역시 대통령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온갖 시사, 뉴스 프로에서 "프로세스"가 판을 쳤다. 
 

자, 이건 콜럼이니, 이제부터 말하는 건 한 명의 영한 "공장" 번역가로서의 편견이 듬뿍 담긴 철학이다. 참고하시고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셨으면 좋겠다.
 프로세스라면 주로 두 가지로 쓰이겠다. "처리하다, 절차." 물론 "가공"도 있겠으나... 한반도 프로세스의 경우, "절차"가 맞을 터인데, 아시다시피 절차에는 PROCEDURE란 훌륭한 단어가 있으니... 더구나 미국인들 PROCESSES AND PROCEDURES란 말, 회사에서는 입에 달고 산다. 앙, 두 놈이 뭐가 어떻게 다르지? 찾아볼까? 아니다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 인간이 이 뜻을 모르다니... 찾아보기 전에 통박(통밥인가?)으로 찍어본다. 프로세스는 전 과정, 프러시저는 그 과정의 한 단계? 과연 맞을까? 이 무식쟁이...
 
difference between process and procedure로 검색 들어간다. 우와! 짝짝짝! 정답이다.
The difference between processes and procedures can be summed up as breadth and depth. A process defines the big picture and highlights the main elements of your business – breadth. A procedure captures those elements and adds more information for functional responsibilities, objectives, and methods – depth.

첫 줄 보고는 틀렸나 싶었는데 꽤 맞았다. 그러면 processes and procedures는 과정과 절차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이거 과거에 한 번쯤은 이렇게 번역한 적이 있을 터인데... 지금 기억 안 나는 것 보니 과거에도 검색했을 것이다(이런 검색 때문에 번역이 진짜 시간이 걸리는 거다. 사실 번역에선 검색이 품질이다. 특히 내가 과장되게 주장하는 "의역하지 말라, 직역하라, 그리고 단어 선택으로 승부해라"라는 공장 번역가 강령에 의거하여 번역할 때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다. 즉 적당히 넘어가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고, 검색에서 아는 단어임에도 뭔가 입에 안 들러붙으면 구태여 더 적절한 단어 찾아주는 걸로 공장 번역 품질 결정된다. 이게 공장번역가의 그 잘난 이른바 "fluency"의 범위다. 의역은 꺼져라! (흠... 공장 번역가 강령이란 표현 맘에 든다. 자주 써야겠다). 
Rules and Regulation도 요 부류다. 그렇다. 요즘은 안 보고도 그냥 넘어가지만... 
규칙과 규정. 그냥 바꿔 써도 된다. 바꿔 써도 감수할 때 넘어가도 된다. 읽는데 아무 문제없으니까. 문장 구성하는 게 새로 쓰는 것보다 시간 더 걸린다. 최소한 깡그리 지워야 하니까... 화살표 옮기고, 시간 더 걸린다. 우린 공장 번역가다. 물론 고치더라도 괜찮다. 구태여 내가 뒤집을 필요는 없으니깐... 성실한 그대에게 진심으로 박수. 진심이다.
아마 "프로세스"와 "프러시저"의 차이를 박근혜에게 물으면 아마 그 특유의 대략 난감한 표정으로 "프로세스는 그거... 절차이고, 프러시저는 그거 있잖아요, 그거... 절차, 저거 절차..." 이쯤 대답하겠으나... (너무 무시하는 건가?). 나의 
시사실... 시사질 또 강림.

아무튼 과정을 의미하는 "프로세스" 나오면 근혜 덕분에 나 잠시도 말 성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절차, 과정이 나오는데 어감이 안 좋으면 깡그리 프로세스다. 박근혜의 발언이 있기 전에는 번역 시 프로세스라고 적으면 십중팔구 고쳤다(물론 내가 한 번역물을 다시 받는 경우는 10%도 안 되나) 이따금씩 확정 절차가 있는 경우를 보면 감수자가 프로세스를 고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503의 그 위대한 드레스덴 발언 이후 요즘 "프로세스" 고치는 감수자 거의 없다. 물론 최근에도 한 번 본 듯. 이런 거 세월이 흐름에 따라 희석되면 안 되는데...
정리하자.이 블로그에 "뭐 해라, 뭐 하지 말아라" 이런 글 많이 쓰는데 그놈들이 "공장 번역가 강령"이라면 이다음은 영어권에 익숙한 한 공장 번역가의 권고 사항, 아니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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