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초

약 2주간 6만 단어를 뿜어내느라 블로그 글을 하나도 못 올렸다가 한숨 돌려 올림. 몸은 녹초. 이제 아재 수준을 넘어선 나이인지라 체력의 한계를 심각하게 느낀다. 난이도 높은 작업이어서 오래 걸린 탓도 있으나 속도가 확실히 느려졌다. 난이도가 상당하다 보니 더욱 체력 소모가 심한 것도 있으나 창피할 정도로 느렸다. 조훈현(현역 국회의원이자 과거 바둑왕)씨가 하루 서너갑 피던 골초였으나 체력 관리를 위해담배를 끊었다는데 번역도 사실 상당한 체력이 소모되는 작업이다. 일단 6, 7년 전만 해도 대여섯 시간 고집중도를 유지하며 꿈쩍 않고 번역했는데, 체력 관리를 워낙 안 한 터라, 두 시간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조각잠을 자고 다시 번역하고 하다보니 일단은 한 작업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특히 이번 작업 중 한 작업이 약 6만 단어 중 4만 5천 단어를 차지해 정말 지겨웠다. 법률, 금융 짬뽕의 번역이었으니... 난이도 95점. 



내가 보는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3천 단어 정도의 잡이다. 이거 넘어가면 성격 탓인지 지겨워진다. 특히 4만 단어 정도에 이르면 이번에도 느꼈지만, 이것도 팁이라면 팁일 수도 있는데 긴 일감은 중간에 감수해 놓고 파일을 마무리하는 쪽이 좋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워낙 시간당 임금을 염두에 두고 하는지라 초반에 진도가 느리니 초벌로 일단 때워놓고 나중에 프루핑할 심산으로 작업했는데, 워낙 단어 수가 많고 유사 문장도 많으니 해골이 복잡해지고(엑셀 수식 짜다가 CIRCULAR REFERENCE 걸리는 꼴)프루핑 작업이 평소에 두 배 이상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지겨워지기 시작하면 바로 독이 된다. 4만 단어 마지막에 이르니 정말 마지막 부분에선 부산대학 철자법 돌리는 데 정말이지 모니터를 부숴버리고 싶을 지경으로 지겨웠다. 긴 프로젝트는 중간에 끊어서 프루핑한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지만, 체력이 될 때는 괜찮았는데 다음에 이런 물량 받으면 반드시 1/4 정도로 끊어서 파일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보름 사이 작업 중에 스마트캣을 제대로 테스트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단점도 확실히 발견했다. 그런가하면 큰 작업 마치고 블로그에도 소개한 메이트캣으로도 1만 5천 단어 정도 일감을 받았는데 역시 무료 툴인지라 한계가 많았고 4만 5천 단어 뿜어낸 직후라 거의 안 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메뚜기도 철이 있는 법 일감은 받았고 마감 시간 빠듯하게 남겨놓고 시작한지라(거의 1주일 여유 준 것 마지막 이틀에 하려고 하였음). 그래서 xlf 파일을 내려서 스마트캣에 임포트하니 멀쩡하게 되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메이트캣을 썼다면 최소, 최소, 정말 최소 1.5배는 걸렸을 것이다. 캣툴은 그만큼 중요하다. 
아무튼 지난 2주 간의 작업에서도 이블로그에서 공유할 만한 팁이 꽤 나올 것 같다. 일단 한숨 돌리고 블로그를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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