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식자기, 그리고 고물...
언젠가 한 카페에 올렸던 글...
나의 글 쓰기 경력과 매체의 변환... 원고지에서 시작해서... 프리랜서 일하느라 아침마다 개필로 써서 출근길에 원고지 배달하다가... 팩스 나와서 와 이게 웬떡!, 원고지 배달 안 해도 되고... 3, 40년 전 돈으로 팩스가 한 30만원 하던 시절임, 20매 원고 보내면 수시로 낑기고 두 장씩 빨려 들어가고... 자칫하면 쓰는 시간의 절반은 팩스 뵤내느라...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3벌식 한글 컴퓨터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해서 부지런히 배워서 다시 디지털 원고 배달 신세, 5.5인치인가 큰 플라피 디스크에 담아서 배달하다가, 3.5인치인가 작은 디스크 나와서 그걸로 배달하다가(당시엔 그것도 비싸서 배달한 거 도로 찾아왔음). 또 얼마 지나니 모뎀 나왔다고 해서 와 대박, 전화 모뎀 100달러 넘던 시절인 듯. 치익치익 전화 모뎀으로 중간에 끊기는 적도 많았죠... 그럼 서둘러 출근길에 배달, 당시 모뎀으로 원고지 20매 1분 정도 걸렸던 듯, 아니면 더도... 어떤 때는 아예... 그러다가 hwp 나와서 2벌식으로 전환... 무조건 안 보고 가나다라마바사... 그러다가 드디어 짠! AOL YOU'VE GOT MAIL... 이메일을 처음 보는 순간... 세계 최첨단 기술이란 동네에 살던 나도 머리 한 대 빵 맞은 느낌.
Politically incorrect한 표현이지만 거시기보다 더 좋았던 순간.. .
이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기계번역 짠! 쯧.
며칠 전에 영화 "더 포스트"를 봤다. 여전히 건재한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 정말 오래 버틴다. 얼마 전에 행크스 얘기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냄새 난다고 했더니 내 친구가 걔 샌프란시스코 맞아라고 해서 놀랐음. 뉴욕 아니면 샌프란시스코 분위기가 있는데, 역시 맞았음. "빅" 나올 때 귀여웠는데 가족 보듯 줄기차게 봄. "더포스트"를 보면 신문 찍던 윤전기 보면서 감회가 새로움. 나보다는 이전 시대의 이야기여서 식자기도 없던 시절인 듯. 필자 시절에는 식자기라고 하는 기계가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은 전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무식한 수단. 90년도까지만 해도 포토타입세팅이라고 해서 원고지에 써서 기사 넘기면 식자수가 글자를 찍었음 (유리판에 신문 글자만한 온갖 글자(완성 글자임)가 있는 유리판을 대여섯 개 깔아 놓고(상당히 큰 책상 크기였음), 글자가 있는 칸을 찾아서 위에 달려 있는 사진기를 끌어다가 일일이 한 자씩 찍었다. 그런데 이게 예술이라서 유리판을 외워서 사진기 아래로 훌러덩 끌어다가 한글씩 사진 촬영했다. 그리곤 일정 분량을 찍으면 그걸 들고 암실로 들어가서 사진 인화하듯 인화해서 가져오면, 그걸 오려서 공작하듯 붙였다. 이게 웃기는 게 글자도 크기에 맞혀서 자판 갈아끼고 찍기까지 했다. 확대 이런 기능 없었다. 가령 24폰트짜리 자판이 따로 있는 것이다. 지금 보면 웃기는 얘기지만 "더포스트"에 나오는 것보단 훨씬 세련된 방법이었다. 식자수는 상당한 기술이었고 월급도 많이 받았다.
결국 식자수도 지금은 사라진 직업일게다. 퀄리티는 사진인만큼 상당히 좋았다. 물론 식자수가 사라지는 데도 몇 년은 걸렸다. 레이저 프린터의 퀄리티가 식자의 퀄리티를 따라가지 못해서 신문의 헤드라인은 식자수들이 처리하는 기간이 2, 3년은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뒤안길로 사라졌다. 물론 기술 발전의 속도가 갈수록 더 빨라진 건 사실이지만, 지난 30년 동안 맨 위의 글에서 보듯 매체를 대여섯 번은 바뀌었다.
막상 따지고 보면 기계번역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바둑 방송을 즐겨보지만 벌써 3, 4년 전인가, 그게 번역에도 이렇게 빨리 적용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정말이지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어, 내가 이세돌보다 어려운 일 하고 있네," 구글번역이 형편없던 시절이었다. ㅋㅋ IQ 150 넘는다는 이세돌... 2차전 보니 한 판도 못 이길 것 같았다. 3년 됐나? 그때 알파고랑 지금 알파고랑은 4점 깔고 둬야 한다고 했다. 더 웃기는 건 그때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던 일본판, 중국판 알파고가 바둑 프로들한테 90% 이상 이긴다니... 어느날인가 짠 구글번역은 다가올 것이다. 아니라고 우기는 번역가들이 대다수이지만, 분명 우리가 알던 전형적인 번역의 시대는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형적인 상업 번역은 전문 번역이라든가 문학 번역이라든가 고난도의 번역물을 제외하고는 기계에 의지하게 될 것이며 상당히 빠른 기간에 대처될 것이다. 언어의 수가 바둑의 수보다 더 폭넓기는 하겠으나, 웬만한 번역은 기계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엔 난이도, 중요도가 낮은 문서의 번역은 대충 기계가 할 것이며(실제로 스페인어에서는 이미 진행형이다) 차츰 차츰 사라질 것이다. 아마도 문학 작품의 번역까지는 가지 않을지는 모른다. 생산성 향상이 비용과 맞아야 하니까... 사실 이미 앱의 메뉴라든가 이런 건 기계 번역이 다 해결한다.
그렇다고 물론 번역가가 다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쉬워야 할 영상 번역이 오래 살아 남을 거란 점이다. 기계번역은 어렵고 긴 문장일수록 오히려 잘 해결한다. 사실 아이러니는 아니다. 인공지능이니 정보가 많을수록 더 잘 이해한다. 영화 대사는 짧아서 인공지능한테 정보를 잘 안 준다. 앞에 한 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므로 단답형의 영화 대사에서는 인공지능이 애 먹는다. 물론 어느 시점엔가는 얼굴 인식에 음성 인식까지 다 해버리고 존대, 반말도 설정으로 처리하면 되기는 하겠다. 사실 영화야말로 기술이 장족의 발전을 이뤄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다. 사실 구글에서 유튜브를 통해 이미 하고 있지 않은가. 유튜브에서 해내려고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발전상을 본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많았던 식자수들은 어디로 가 있는지 궁금하다. 잡지사에서, 그리고 대형 인쇄물 관련 업계에서 10년 전까지는 존재했던 것으로 안다. 시대는 변한다. 거기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현재의 번역가 중 다수는 편집인으로 변신해 있을 것이다. 글 재주가 뛰어나야 할 것이다. 이 전의 몇 글에서도 거론했듯이 PostEdit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기계 번역을 수정하는 일거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in-house로 많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즉 신문사의 외신 기자는 영어 실력과 편집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살아남고 밀리는 사람들의 자리는 기계번역 알파고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미 공장 번역물의 30-40%는 툴 사용 능력이다. 그간 캣툴을 사용하지 않으면 외국 시장에는 발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7, 8년 전만 해도 트라도스 못 쓰면 병신 취급받았으나 요즘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온라인 캣툴이 대세다. 어차피 컴 못 쓰면 고객 확장도 불가하고 비능률적이라는 측면에서 번역이 기계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는 오래다. 우선 20%의 효율을 제공하는 데다가 해외 번역회사와 일하려면 캣툴 사용 능력이 필수이고 검색 능력, 온갖 파일 컨버전 능력까지 겸비해야 하니 번역가 실력을 평가함에 있어 반은 이미 컴 다루는 능력이다. 이제 postedit의 시대로 들어서니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한다. 물론 요즘은 클라우드니 많이 쉬워졌다. 7, 8년 전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처음 상업 번역에 뛰어들었을 때, 마침표 두 개 찍는 오류라든가 괄호 안에 찍힌 마침표 .)라든가, 더블 스페이스 같은 흔히 발생하는 오류도 명색이 STAR TRANSIT(TRADOS를 인수한 회사) 캣툴이 제대로 해결해주는 QA 툴조차 없어서 애를 먹는다길래, 엑셀로 만들어서 국내 에이전시에 줬더니 되게 사내에서 배포해서 쓰며 고마워했었다. 요즘은 QA 툴이 너무 과다해서 FALSE NEGATIVE 해결하느라 하도 시간이 걸려서 아예 무시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아무튼 본인이 컴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그 기량부터 늘려라. 남 3시간이면 할 일 5시간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반면 새로 생길 부분도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영의 영역이라고 본다. (사실 공장 번역가들 중에는 한영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꽤 있으나 네이티브가 아니어서 어림도 없다). 나도 께림칙한데 내가 감수한 건 중에 제대로 하는 사람 아직 못 봤다(아예 안 하는 데 가끔 짧고 돈 많이 주면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내가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나 정도면 그나마 할 수 있는 이른바 자격을 갖춘 사람임에도 commercial quality에 미흡한 것 같아서 쪽 팔려서 하기 싫다. 말이 또 깔때기 엇비슷하게 샜다. 한영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계번역이 더 훌륭해지면 국내 소기업들이 세계로 나갈 것이다. 번역비도 싸질 것이며 퀄리티도 지금 한영 공작 번역가들도 훨씬 볼만한 영어 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요즘의 공장 번역 업계에서 희망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는 거의 완벽한 bilingual 능력을 지닌 인구가 늘어날 테니,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질지는 모르겠다.
다시 레트로로 돌아가자. 영화 "더포스트"를 보다 보니 기사를 빨리 써야 하는데 60년대인지라 미국도 타이피스트가 따로 있었다. 행크스가 그러더라. 95타 찍는 타이피스트한테 맡기라고. 요즘 사람들은 특히 영타는 95타가 얼마나 빠른지 모를 것이다. 나도 인턴십하던 시절이 있어서 MANPOWER(이 회사 국내에도 여전히 있는 것 같더라) 면접보러 갔더니 타이핑 테스트가 있었다. 타이핑이야 워낙 자신이 있었던 터였으니 기계를 보니 제록스 총알 타이프라이터였다. 워낙 빨라서 부담됐는데 5분 테스트했더니 면접 본 사람이 나오면서 큰 소리를 질렀다. "Wow, you typed 85 words. What is amazing is that ythere's only one typo"하면서 나왔다. 5분 타이핑이었으니 5개 오타 나도 유효한 시험이 된다. ㅋㅋ또 깔때기, 그런데 요즘 치면 40타도 안 나올 거다. 오타는 더 많고. ㅍㅎㅎ. 아, 이런 요즘 사람은 감도 안 올 이런 얘기를 하는 것 보니 나 이제 완전 고물 됐다. 그냥 떠올라서... 이 글 제목 뽑았다.
저널리즘 좋아하고 복고풍 개의하지 않은시는 분을 위해 몇몇 저널리즘 영화 추천한다. 다 훌륭하다.더 포스트네트워크대통령의 사람들스포트라이트
면책조항: 글이 너덜너덜하다. 그냥 올린다. 친구와 대화하듯...
나의 글 쓰기 경력과 매체의 변환... 원고지에서 시작해서... 프리랜서 일하느라 아침마다 개필로 써서 출근길에 원고지 배달하다가... 팩스 나와서 와 이게 웬떡!, 원고지 배달 안 해도 되고... 3, 40년 전 돈으로 팩스가 한 30만원 하던 시절임, 20매 원고 보내면 수시로 낑기고 두 장씩 빨려 들어가고... 자칫하면 쓰는 시간의 절반은 팩스 뵤내느라...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3벌식 한글 컴퓨터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해서 부지런히 배워서 다시 디지털 원고 배달 신세, 5.5인치인가 큰 플라피 디스크에 담아서 배달하다가, 3.5인치인가 작은 디스크 나와서 그걸로 배달하다가(당시엔 그것도 비싸서 배달한 거 도로 찾아왔음). 또 얼마 지나니 모뎀 나왔다고 해서 와 대박, 전화 모뎀 100달러 넘던 시절인 듯. 치익치익 전화 모뎀으로 중간에 끊기는 적도 많았죠... 그럼 서둘러 출근길에 배달, 당시 모뎀으로 원고지 20매 1분 정도 걸렸던 듯, 아니면 더도... 어떤 때는 아예... 그러다가 hwp 나와서 2벌식으로 전환... 무조건 안 보고 가나다라마바사... 그러다가 드디어 짠! AOL YOU'VE GOT MAIL... 이메일을 처음 보는 순간... 세계 최첨단 기술이란 동네에 살던 나도 머리 한 대 빵 맞은 느낌.
Politically incorrect한 표현이지만 거시기보다 더 좋았던 순간.. .
이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기계번역 짠! 쯧.
며칠 전에 영화 "더 포스트"를 봤다. 여전히 건재한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 정말 오래 버틴다. 얼마 전에 행크스 얘기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냄새 난다고 했더니 내 친구가 걔 샌프란시스코 맞아라고 해서 놀랐음. 뉴욕 아니면 샌프란시스코 분위기가 있는데, 역시 맞았음. "빅" 나올 때 귀여웠는데 가족 보듯 줄기차게 봄. "더포스트"를 보면 신문 찍던 윤전기 보면서 감회가 새로움. 나보다는 이전 시대의 이야기여서 식자기도 없던 시절인 듯. 필자 시절에는 식자기라고 하는 기계가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은 전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무식한 수단. 90년도까지만 해도 포토타입세팅이라고 해서 원고지에 써서 기사 넘기면 식자수가 글자를 찍었음 (유리판에 신문 글자만한 온갖 글자(완성 글자임)가 있는 유리판을 대여섯 개 깔아 놓고(상당히 큰 책상 크기였음), 글자가 있는 칸을 찾아서 위에 달려 있는 사진기를 끌어다가 일일이 한 자씩 찍었다. 그런데 이게 예술이라서 유리판을 외워서 사진기 아래로 훌러덩 끌어다가 한글씩 사진 촬영했다. 그리곤 일정 분량을 찍으면 그걸 들고 암실로 들어가서 사진 인화하듯 인화해서 가져오면, 그걸 오려서 공작하듯 붙였다. 이게 웃기는 게 글자도 크기에 맞혀서 자판 갈아끼고 찍기까지 했다. 확대 이런 기능 없었다. 가령 24폰트짜리 자판이 따로 있는 것이다. 지금 보면 웃기는 얘기지만 "더포스트"에 나오는 것보단 훨씬 세련된 방법이었다. 식자수는 상당한 기술이었고 월급도 많이 받았다.
결국 식자수도 지금은 사라진 직업일게다. 퀄리티는 사진인만큼 상당히 좋았다. 물론 식자수가 사라지는 데도 몇 년은 걸렸다. 레이저 프린터의 퀄리티가 식자의 퀄리티를 따라가지 못해서 신문의 헤드라인은 식자수들이 처리하는 기간이 2, 3년은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뒤안길로 사라졌다. 물론 기술 발전의 속도가 갈수록 더 빨라진 건 사실이지만, 지난 30년 동안 맨 위의 글에서 보듯 매체를 대여섯 번은 바뀌었다.
막상 따지고 보면 기계번역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바둑 방송을 즐겨보지만 벌써 3, 4년 전인가, 그게 번역에도 이렇게 빨리 적용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정말이지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어, 내가 이세돌보다 어려운 일 하고 있네," 구글번역이 형편없던 시절이었다. ㅋㅋ IQ 150 넘는다는 이세돌... 2차전 보니 한 판도 못 이길 것 같았다. 3년 됐나? 그때 알파고랑 지금 알파고랑은 4점 깔고 둬야 한다고 했다. 더 웃기는 건 그때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던 일본판, 중국판 알파고가 바둑 프로들한테 90% 이상 이긴다니... 어느날인가 짠 구글번역은 다가올 것이다. 아니라고 우기는 번역가들이 대다수이지만, 분명 우리가 알던 전형적인 번역의 시대는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형적인 상업 번역은 전문 번역이라든가 문학 번역이라든가 고난도의 번역물을 제외하고는 기계에 의지하게 될 것이며 상당히 빠른 기간에 대처될 것이다. 언어의 수가 바둑의 수보다 더 폭넓기는 하겠으나, 웬만한 번역은 기계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엔 난이도, 중요도가 낮은 문서의 번역은 대충 기계가 할 것이며(실제로 스페인어에서는 이미 진행형이다) 차츰 차츰 사라질 것이다. 아마도 문학 작품의 번역까지는 가지 않을지는 모른다. 생산성 향상이 비용과 맞아야 하니까... 사실 이미 앱의 메뉴라든가 이런 건 기계 번역이 다 해결한다.
그렇다고 물론 번역가가 다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쉬워야 할 영상 번역이 오래 살아 남을 거란 점이다. 기계번역은 어렵고 긴 문장일수록 오히려 잘 해결한다. 사실 아이러니는 아니다. 인공지능이니 정보가 많을수록 더 잘 이해한다. 영화 대사는 짧아서 인공지능한테 정보를 잘 안 준다. 앞에 한 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므로 단답형의 영화 대사에서는 인공지능이 애 먹는다. 물론 어느 시점엔가는 얼굴 인식에 음성 인식까지 다 해버리고 존대, 반말도 설정으로 처리하면 되기는 하겠다. 사실 영화야말로 기술이 장족의 발전을 이뤄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다. 사실 구글에서 유튜브를 통해 이미 하고 있지 않은가. 유튜브에서 해내려고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발전상을 본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많았던 식자수들은 어디로 가 있는지 궁금하다. 잡지사에서, 그리고 대형 인쇄물 관련 업계에서 10년 전까지는 존재했던 것으로 안다. 시대는 변한다. 거기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현재의 번역가 중 다수는 편집인으로 변신해 있을 것이다. 글 재주가 뛰어나야 할 것이다. 이 전의 몇 글에서도 거론했듯이 PostEdit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기계 번역을 수정하는 일거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in-house로 많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즉 신문사의 외신 기자는 영어 실력과 편집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살아남고 밀리는 사람들의 자리는 기계번역 알파고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미 공장 번역물의 30-40%는 툴 사용 능력이다. 그간 캣툴을 사용하지 않으면 외국 시장에는 발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7, 8년 전만 해도 트라도스 못 쓰면 병신 취급받았으나 요즘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온라인 캣툴이 대세다. 어차피 컴 못 쓰면 고객 확장도 불가하고 비능률적이라는 측면에서 번역이 기계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는 오래다. 우선 20%의 효율을 제공하는 데다가 해외 번역회사와 일하려면 캣툴 사용 능력이 필수이고 검색 능력, 온갖 파일 컨버전 능력까지 겸비해야 하니 번역가 실력을 평가함에 있어 반은 이미 컴 다루는 능력이다. 이제 postedit의 시대로 들어서니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한다. 물론 요즘은 클라우드니 많이 쉬워졌다. 7, 8년 전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처음 상업 번역에 뛰어들었을 때, 마침표 두 개 찍는 오류라든가 괄호 안에 찍힌 마침표 .)라든가, 더블 스페이스 같은 흔히 발생하는 오류도 명색이 STAR TRANSIT(TRADOS를 인수한 회사) 캣툴이 제대로 해결해주는 QA 툴조차 없어서 애를 먹는다길래, 엑셀로 만들어서 국내 에이전시에 줬더니 되게 사내에서 배포해서 쓰며 고마워했었다. 요즘은 QA 툴이 너무 과다해서 FALSE NEGATIVE 해결하느라 하도 시간이 걸려서 아예 무시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아무튼 본인이 컴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그 기량부터 늘려라. 남 3시간이면 할 일 5시간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반면 새로 생길 부분도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영의 영역이라고 본다. (사실 공장 번역가들 중에는 한영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꽤 있으나 네이티브가 아니어서 어림도 없다). 나도 께림칙한데 내가 감수한 건 중에 제대로 하는 사람 아직 못 봤다(아예 안 하는 데 가끔 짧고 돈 많이 주면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내가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나 정도면 그나마 할 수 있는 이른바 자격을 갖춘 사람임에도 commercial quality에 미흡한 것 같아서 쪽 팔려서 하기 싫다. 말이 또 깔때기 엇비슷하게 샜다. 한영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계번역이 더 훌륭해지면 국내 소기업들이 세계로 나갈 것이다. 번역비도 싸질 것이며 퀄리티도 지금 한영 공작 번역가들도 훨씬 볼만한 영어 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요즘의 공장 번역 업계에서 희망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는 거의 완벽한 bilingual 능력을 지닌 인구가 늘어날 테니,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질지는 모르겠다.
다시 레트로로 돌아가자. 영화 "더포스트"를 보다 보니 기사를 빨리 써야 하는데 60년대인지라 미국도 타이피스트가 따로 있었다. 행크스가 그러더라. 95타 찍는 타이피스트한테 맡기라고. 요즘 사람들은 특히 영타는 95타가 얼마나 빠른지 모를 것이다. 나도 인턴십하던 시절이 있어서 MANPOWER(이 회사 국내에도 여전히 있는 것 같더라) 면접보러 갔더니 타이핑 테스트가 있었다. 타이핑이야 워낙 자신이 있었던 터였으니 기계를 보니 제록스 총알 타이프라이터였다. 워낙 빨라서 부담됐는데 5분 테스트했더니 면접 본 사람이 나오면서 큰 소리를 질렀다. "Wow, you typed 85 words. What is amazing is that ythere's only one typo"하면서 나왔다. 5분 타이핑이었으니 5개 오타 나도 유효한 시험이 된다. ㅋㅋ또 깔때기, 그런데 요즘 치면 40타도 안 나올 거다. 오타는 더 많고. ㅍㅎㅎ. 아, 이런 요즘 사람은 감도 안 올 이런 얘기를 하는 것 보니 나 이제 완전 고물 됐다. 그냥 떠올라서... 이 글 제목 뽑았다.
저널리즘 좋아하고 복고풍 개의하지 않은시는 분을 위해 몇몇 저널리즘 영화 추천한다. 다 훌륭하다.더 포스트네트워크대통령의 사람들스포트라이트
면책조항: 글이 너덜너덜하다. 그냥 올린다. 친구와 대화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