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2)

잊기 전에 올림. 블로그가 중구 난방이어서... 후속 글도 못 올린 적이 있는 것 같음. 아무튼 공장 번역가의 생활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서 올린 글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
스마트링의 문제점까지 얘기했으니 금융 번역이었음. 무슨 동향 보고서인데... 아무튼 이전 글에서 번역해서 배우는 것 별로 없다는 말을 하였으나, 이 회사 번역물의 경우, 내가 많은 지식을 축적한 케이스임. 시장은 변하기 마련이니 상당히 생소한 개념임. 경제학 전공인 필자도 대학 시절 강의 들은 적이 있으나 당시만 해도 미국서도 널리 알려진 개념이 아니었음. 그저 그 유명한 코미디 영화, 댄 애크로이드와 에디 머피의 히트작 "트레이딩 플레이스"에서 삼겹살 투자,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이었음. 커모더티 거래 본격 개시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생소한 개념이었고, 검색도 안 되고, 장난 아니었음. 옵션 거래 이런 것들, 개념만 알고 있었다. cattle이나 ox나 뭐 이런 단어들도 튀어나오는데 암소, 숫소 구별해서 파생상품에서 쓰는 용어가 많음. 캔사스 경동적소맥 뭐 이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용어에 최근월물, 분기월물 이해 안 가는 단어 작렬해서 애 먹었음. 이 몸 연식이 있는지라 인간 신경망 어디 끊겨서 맨날 찾는 단어 또 찾음(팁: 이때 concordance가 정말 도움이 됨). 돼지면 돼지고 소고기면 소고기지 뭐, 이거 돈육, 생우 온갖 단어 난무함. 옵션, 스프레드까지 개념 팍 오나 그 외의 변종 옵션 상품, 아무리 번역해도 내용은 모름. 이렇듯 투자 전문가들 교육하는 자료 쓸 때는 정말 초집중해야 함.




다만 학창시절 공부하던 식으로 일단 번역할 때는 거의 이해되니 신중, 신중 번역함. 이런 식으로 대학 때 공부했으면...아무튼 약 4천 단어 해결하고.. 이제 내가 3년 째 정기적으로 하는 VDR 서비스 기업 번역건, 3천5백 단어를 함. 내가 계속 해왔던 것이고 분기 보고서이니 여기서 TM과 CONCORDANCE가 빛을 발휘함. 거의 사전 볼 필요 없음. 생각 안 나면 CONCORDANCE 뒤지면 거의 다 나옴. 한두 시간 분량 남기고 뒤늦게, 목요일 저녁 8시경 밥 먹으러 나감. 아무튼 그 와중에 이틀, 사흘 새 짜투리 한영, 영한 몇 건 들어와서 기진맥진한 상태였음. 밥 먹고 있는데 잡오더 떠서 서둘러 휴대폰으로 들어가서 잡 수락함(이럴 땐 대리기사임). 한영, 금액이 크기에 에따 잡음. 일단 잡고 보니 마감 시간 4시간임. 얘네들이 미쳤나? 이멜 보냄. 이거 캐릭터 수이냐, 아니면 단어냐? 캐릭터면 해도 아님 3천 단어 4시간에 할 사람 없을 걸? 이멜 보낸다(사실 번역 에이전시에서 한영 번역 시 이거 착각하는 경우 의외로 있음. 캐릭터 수를 워드로 PM이 착각하면 큰 돈 나옴. 비양심적이라고 생각 안 하고 그냥 받음. 평소에 착취당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인 만큼). 아무튼 내가 이 회사 사이트도 번역해줬고 이 회사 한영 짱임. 여기는 자기네만의 특이한 창구로 온라인서 한영을 건지는데 보통 당일 건. 그래도 그걸 4시간에? 나도 그런 재주 있었음 좋겠음. 아무튼 집앞이었으니 서둘러 밥 구겨넣고 집에 돌아와 파일 열어보니 고스란이 단어이고 역시 문장 개판. 외국 한인교회에서 교인과 목사님 개싸움 붙어서 교회 재판하고 하는 모양. 글솜씨 완전 레트로인데다가 용어 또한 매우 높음. 헌영 3천과 영한 3천은 나의 영어 작문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영의 경우, 십중팔구 원문이 개판이어서 대부분은 추가되는 단어, 즉 사실상 상당한 편집이 들어가야 한다. 고로 원문보다 더 좋게 나와야 외국인들이 이해한다. 아무튼 3천여 단어를 당일로 하는 건 처음 보는 일이라서 이거 내가 최선을 다하면 내일 저녁에 보낼 수 있으니 못 기다리면 다른 번역가에게 할당해 달라고 이메일 보내고, 나는 앞서 말한 VDR 회사 마무리 돌입함. PM 답장 왈 내일도 좋다임. 그런데 파일 4개 중에 지금 작업해서 보내주지 않겠냐고 물어옴. 나 지금 마무리해야 하는 작업이 있어서 이거 내일이나 돼야 작업 돌입한다고 정중히 거절. 근데 또 좀 있다가 하나라도 해달라고 또... 무지 지쳐 있는 상황이어서...아무튼 PM에게 그냥 다른 사람한테 배정해!!! 짜증 냄. 한영 별로 안 좋아서 편하게 하지 않을 거면 안 하는 게 나음.(한영의 특징, 한국인 급해서 맨날 번역도 "당장"이다. 그래도 미국애들 맞춰주려고 애쓰기는 함. 내가 한영 싫어하는 것 중 큰 이유. 그리고 실제로 당일 요청 안 되면 걍 가버리는 인간들 많고, 그담에 국내 번역은 맘에 안 드니까, 외국 회사 찾았다가 견적받고 "에이 드럽게 비싸네" 이래서 캔슬되는 프로젝트 꽤 됨).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것보다 심한 건 한 번 있었다. 잠시 옆길로 새자. 웃기는 사건이어서...  당시는 아마 4시간에 1만 단어인거 같았다. 그때도 당근 못한다고 했더니 당일에 안 하면 일 없어지는 건지 무려 번역가 4명을 동원해서 작업함. 원래는 파일을 잘라서 분배해 작업해야 하는데 무식하게 한 파일을 온라인 캣툴에 올리고 번역가별로 세그먼트 막아놓고 작업함. 상당히 난이도 있었던 화학 기술 문건이었는데(전혀 주종목 아님)... 아무튼 웃겼음. 아무튼 그때 내 속도도 비교할겸 4-5시간에 대략 2천5백 단어 했던 걸로 기억함. 다른 번역가 퀄리티 볼 기회였는데, 퀄리티는 자의적인 해석이니 노코멘트하고 속도 면에서는 내가 단연 1착으로 끝냈음. 2등에 비해 한 20-30% 빨랐던 것 같음.벼라별 일 다 있음. 기억 나는 일 중 하나임. 그러고 보니 당할 땐 괴로워도 나름 재밌는 일 많음......아무튼 욕심 내서 잡은 일이었다자, 게임 회사 메모큐에서 TM 생성해 준 프로젝트의 후속 건으로 이젠 사내 타운홀 미팅 번역 자막  7천여 단어 5일 텀 받아서 월요일 오전에 납품해야 함. 이미 지치긴 했으나 메모큐 안 쓰고 스마트캣으로 SRT 돌리기로 합의했으니 주말에 널널하게 하면 될 듯.목요일 밤 자정까지 납품하고...
자, 한영 들어갔다. 한영은 캣툴 소용 없음. PDF 입력하면 글자 다 깨지고... 어차피 매칭도 잘 안 되고... 그러니 워드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그래도 워드로 캡처해준 것 있다. 걍 스마트캣에 올리자, 깨진 글자 득실, 그래도 이게 낫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도 꽤 있다. 성도가 영어로 뭐지? 구글 번역기는 멋지게 세인트로 번역하신다. ㅋㅋ. 네이버 보니 BELIEVER, 에따 간단히 MEMBER다, 일단... 작업하다가 들은 건 있어서 CONGREGATION, 맥락에 따라 치면 되겠다. 예상대로 작업을 하니 일도 지겹고 이럭저럭 6시간 소요되는 시점에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작업 완료량과 남은 양 비교... 게다가 문서 포맷 시간까지... 이거 감수 시간 없는 거 안다 어제 달라고 생떼 쓴 거니까. 그래서 좀 점잖게 번역해주니 역시 한영은 장사 안 된다. 마구 친다. 병신들, 미리 미리 준비하지, 가격도 어차피 제대로 된 번역가 찾기 어려운 수준에 맨날 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 불러놓고 자업자득이지... ㅋㅋㅋ 오후 3시쯤, 우리 PM 영국이니 두세 시간 후면 출근이다. PM 걱정 안 하게 스마트캣에서 워드로 보내 GRAMMAR CHECK만 하고, 마친 파일 미리 2개 서비스로 보내준다(나 PM 배려 잘한다, 삐딱하게 나오면 밟아도). 아무튼 한 10시간 들어간 거 같다. 300유로니 흡족하지는 않으나 인건비 했다. 
잠깐 또 새자... 자 그런데 한영 싫어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자. 깔때기 아니다. 내가 그렇게 보낸 퀄리티 맘에 안 든다. 좌간 글 쓰는 사람인데 찝찝하다. 영한과 한영을 비교하였을 때 영한을 35% 더 받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당 임금으로 작업했을 때의 퀄리티, 영한이 한영보다 훨씬 좋다. 두 가지 이유다. 첫째 원문이 영문보다 월등히 좋다. 한국 일반인의 글솜씨 미국 아이들의 그것에 훨 떨어진다. 따라서 한영 작업을 하면 IMPROVE해줘야 한다. 이거 짜증난다. 둘째, 미국 에이전시의 개념 부족(그리고 그걸 그냥 수렴한 한국 번역가들) 때문에 한영을 단어당으로 수주해야 하는 것이 공장번역 업계의 현실이다. 국내에선 "장"으로 변질했으니... 아무튼 뭐 폰트 크기, 줄 간격 장난 안 치면 괜찮겠으나, 장난 치는 인간들도 꽤 있는 듯, 특히 싸구려 요율 주는 곳이 이런 짓 하겠지.
나 에이전시와 여러 번 투쟁했다. 한국어는 단어당이 아닌 캐릭터로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믿거나 말거나 캐릭터당 7센트로 예전에 일했다. 번역카페에서 한영 전문 번역가란 사람이 나보고 그러더라, 그러면 단어당 2백원 된다며 믿기 어렵다는 투로 얘기했다. 그런가? 아무튼 요즘 영한 말고 한영 해야겠다는데 내가 충고한다. 120원 받으면 아마 한영 50원 수주일 거라고(품질은 더 담보 안 되고).

 다시 본론... 아무튼 한영 싫은 것의 이유가 일단은 비생산적이라는 것, 나는 생산적으로 만들려 노력하기는 하지만, 퀄리티 어슬어슬하다. 원문에 상당 부분 책임 전가하더라도. 나는 출판물을 직접 써본 사람이다. 와이어드, 한경, 허술하게 쓴 책, 15년 프리랜서, 많은 사람이 내 글 읽었다. 즉, publishing quality다. 단 영어에서는 사내 이멜, 프레젠테이션 수도 없이 했으나 대중을 상대로 한 publishing material은 아니었다. 이건 사실 큰 차이다, 게다가 원어민도 아니고... 미국서 공부할 만큼 했으니 버러버리한 미국애들보다는 확실히 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내 인건비에 맞춰 일하면 내가 손볼 곳 많다. 자신감 부족일 수도 있기는 하다. 이럴 때는 대충 pm 눈치 본다. 교회 용어가 아무튼 좀 걸린다. 자, 여기서 이전에도 말했지만 중요한 팁(동시에 깔때기일지 모를 말) 들어간다.


나: Here is the big file. I got one more file to go.
I should more carefully select my jobs, not my strongest suit..
.....................찝찝할 때 동원하는 표현...
엥 그런데...No, don't feel that way, you are doing a great job that I know is quite tedious and difficult!
Plus, having a trusted translator who helps us out in this kind of situations is key for us, so thank you for your good work.

교인 아닌가 보다......자, 이건 필자의 영문 실력이 좋아라서기 보다는 마땅한 한영 번역가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필자가 번역한 영한 건보다는 한영 건이 훨씬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한영은 정말 한 건도 문제된 적 없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ㅋㅋㅋ 정말이다. 이거 너덜너덜한데... 문법만 맞고 오타 없는 이 블로그 글 정도로 나간 경우 허다하다. 왜? 짐작해보자. 문서 요청한 사람이 나보다 영어 못 해서... 기존 한영 번역가들의 풀이 너무 적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시간당 임금이 중요하니까... 블로그는 나름 기쁨을 주잖아, 노동 아니잖아. 일 시킬 거면 응당한 임금 지불해. 
팁: 내가 전에도 거론했지만, 과연 내가 번역가(공장 번역가다)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거다. 내 실력의 70%를 발휘해서 납품하여도 즉 문제가 안 생길 정도의 공장 번역물을 뽑아낼 수 있는가?가 절대 관건이다.내 한영 부문은 내가 할 수 있는 50%에 납품하는 경우가 상당한 거 같다. 단어나 쫌 찾고 감수 시간 별로 없다. 정말 걱정되는 부분 시간 할애하는 정도다. 다행히 grammar check 다 걸어놓고 돌리는 정도다. 그래서 외부로 나가는 공식 문서는 별로 기회도 없었으나 안 할 생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내부 검토용 법률 건 많이 했다. 그리고 지난 번에 그 중요한 에이전시 땜에 나스닥 공시 보도자료 성심껏 해주고 완전 밑졌다. 담부터 안 할 거다. 그리고 내 한영 요율 업게 표준으로 결코 낮지 않다. 캐릭터당 7센트는 포기했으나). 
팁 2: 영한 번역, 최소 50원 이야기했다. 60원이었나? 한영 번역 정말 최소 100원 받아라, 아니면 차라리 영한 60원이 낫다. 잘릴 일 없을 거다. 이게 번역가 생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연간 모국어로 1백만 단어 하는 번역가 많지 않다. 수주하기도 만만치 않다. 내가 본 통계는 그렇다. 이건 지금 공장 번역가로 살아가는 번역가에게는 rule of thum이다.
참고로 여기까지 하여 아마 사흘 동안 한 40-45시간 책상머리에 앉아 있었다. 이 페이스로 가면 1백만 단어 나온다. 참고하시라. 
.....사실 지난 주 초에 한영으로 이런 건 하나 더 있었다. 내 주요 금융 번역 고객인데 요즘 좋고 똑똑한 회사여서 바이오텍 쪽 뛰어들고 있는데... 한영이 늘었다. 임상시험 이런 것들 때문에 근데 한 2주 전부터 600-1천 단어 짜리 짜투리 날아오는데 법적 마찰이 있어서 기사 나오는 것들 두 시간 안에 보내 달라고 해서 한 7, 8건 했다. 한영 내 경험으로는 한국 단어 수로 기준해서 보면 보통 시간당 대략 250단어 정도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보내는 퀄리티로 볼 때 단어 수의 문제점이다. 이 회사 나한테 아주 중요한 회사라서 바빠도 짜투리 다해준다.  첨에 500단어 해 놓고 1시간 반 만에 물건 안 가니까, (첨부터 더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마감 시한 되니 전화 걸어온다. 마무리하느라 바쁜데 전화 오면 짜증 난다. 아무튼 몇 번 작업하면서 시간 조율 시켜서 재촉 안 받고 이건 두 시간, 이건 3시간 이렇게 해서 여러 건 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댓번 한 후에 원어민이 감수했는데 점검해 달란다. 짱 났다. 그리고 중요한 에이전시니 그냥 이렇게 적어 보냈다. 내용은 이런 거다. "원어민한테 맡겼으면 그냥 거기서 끝내자, 사실 한영 요율 마뜩지 않고 내 주종목도 아니어서 별로 내키지 않는데 너희가 마땅한 사람 없으니 나한테 보내는 거 잖냐. 그러니까 원어민 감수 부분은 원어민이 책임지면 되는 거다"라고 해서 정리했다. 그 후로 두어 번 더 물건 왔으나, 이 장문을 쓰게 만든 바쁜 일정에서 도무지 할 수 없어서 거절했다. 외국 에이전시는 합리적인 부분이 많다. 노동을 중시하는 문화가 분명 우리보단 낫다. 앙심 안 품는다.
....말이 길어져서 5월 호 (3)이 필요하겠다. 웃기는 일이 영화 건도 있었으며 여기에 언급한 주말 자막 번역의 건,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엄청 웃기는 사건을 소개해야겠다. 공장번역의 진수여서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 바로 어제 올린 글일 거다. 내가 사랑하던 좋은 번역회사를  합병한 온라인 회사... 가뜩이나 바쁘지만... 매우 골 때리는 건이다. 어리버리한 남자 PM. 지난주부터 쑈의 연속이다.이전글 링크: https://blog.naver.com/mkimcpa/22126978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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