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툴의 실제 적용 사례, 그리고 영화번역...

흠... 막간을 이용해서...
공장 번역가에겐 일이 나눠오는 게 좋은데... 이상하게도 일이 몰릴 때 몰린다. 원래 일을 깔아놓고 해야 수입이 오른다. 큰 일은 제대로 된 에이전시라면 보통 2천 단어 정도로 잡고 넉넉하게 일을 준다. 속도가 받쳐주는 번역가라면 이렇게 몇 건 잡아 놓고 일하면서 간간이 짜투리들 잡아가면서 일하는 것이다. 하루 15시간도 해야 한다. 
아무튼 오늘은 그간 1월부터 스마트캣으로 연습 겸 실전으로 써온 것이 효과를 보는 날이다. 바로 다양한 캣툴을 섭렵한 가치를 얻는 날이다.
실전 상황.메모큐를 주로 쓰는 1급 에이전시다. 본사가 실리콘밸리 쪽이라 양호하고 사람들 정말 점잖다.큰 게임 업체의 일이다. 그런데 새로 이 고객을 잡았는지 1주일 전부터 이쪽 일감 왔고, 특히 첫 작업은 처음 하는 일이었다. 아마 이 기능 트라도스에 있을 법한데...(Align 기능 아닌가 싶다). 이 게임사 과거에 다른 번역회사에서 번역한 분량이 있었는지 이 에이전시한테 넘겼다. 에이전시엔 축적된 TM이 없어서인지 과거 번역한 원문과 번역문을 넣고 새로 TM을 만드는데 원문과 번역물을 매칭하는 작업이었다. 다시 말해 과거 작업물을 갖고 TM을 만드는 일이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으나 역시 메모큐 UI가 좋아서 통박으로 어리어림 매칭해보니 의외로 쉽게 TM 구성이 되었다. 처음하는 건데 4, 5천 단어인가 1시간 반에 끝났다. 굳이 이런 일을 에이전시에서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은 TM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오늘 동영상이라며 한 7천 단어짜리가 왔다. 첨에 메모큐로 하자더니 아이러니하게도 메모큐로 하려면 또 뭔가 문제가 있나 보다. 자세히는 안 봤으나 메모큐는 마침표에서 세그먼트를 끊는데 그게 영상하고는 안 맞아서 사전 준비 작업을 하라고 하더라. 메모큐가 SRT를 안 받나? 아무튼 해본 적 없다. 그리고 나 골치 아프게 하는 짠돌이 영국 회사에서도 동영상 여러 편 트라도스로 번역했는데 기껏 작업 끝나고 나면 원 문서가 엑셀이어서인지 엑셀로 옮겨놓으면 글자 수가 넘는다고 해서 글자 조정 해달라고 와서 "돈 더 받고" 교정해줬다. 차라리 엑셀로 나한테 보내면 훨 쉬울 걸 두 번 일하게 만들었다. 뭐 교정비 받았으니 손해 본 건 없지만, 그런 작업 싫다. 번역가는 번역을 해야지... MENIAL LABOR는 안 한다는 게 내 원칙이다. 
아무튼 SRT? 내가 이 블로그 시작하면서 스마트캣을 소개할 때 1분 자막 번역 제작이란 글과 동영상을 실었다. "고독한 미식가" 영문 번역을 구글 번역 툴킷으로 번역한 것을 그대로 사용해 본 것이었다. (영상 번역 지망생이 많아서 그런지 믿거나 말거나 1분 자막 제작이 가장 조회수가 많은 글인 걸로 안다. 동영상도 많이 봤다). 당시 스마트캣에도 SRT 임포트 기능이 있어서 심심풀이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갖고도 실험해 봤는데 (여기 어쩜 음성 인식 동영상 올린 것 있을지 모른다), 스마트캣이 아주 훌륭하게 소화했다.....바쁘니 결론짓자.메모큐 작업인데, SRT 파일이라서 에이전시 측에서도 골치 아프게 됐다. 원문 파일을 손을 봐야 나중에 번역 파일이 제대로 나온다. 그래서 번역가들이 굳이 안 해도 될 작업을 추가로 몇 시간 해야 한다. 물론 이 변역회사 좋은 곳이라서 돈 다 준다. 하지만 번역가로선 이런 막노동 솔직히 별로다. 하지만 이런 건은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 앞으로 줄줄이 일 올 회사이고 이번 건만 7천 단어니...



스마트캣으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괜찮다면 SRT로 하자, 내가 작업한 후 TMX도 내려서 보내 줄게. 보통 PM들 이런 거 잘 모르는 초보도 있긴 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기네 프로세스에서 일하는 걸 선호하는데, 어 이 친구 알아듣고 선뜻 그렇게 하잔다. 트라도스 요즘 버전은 SRT 제대로 처리하나 모르겠으나 내가 가진 트라도스 2009에서 SRT 열면 타임 스탬프까지 다 들어온다. 다행히 트라도스는 숫자를 아주 잘 처리한다(이 부분 메모큐가 밀린다). 물론 내가 기본설정을 안 해서 일 수는 있으나(몇 번 보다가 포기), 메모큐 기본 설정에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불만 중 아니다.  그런데 스마트캣은 숫자 다 숨긴다. 동영상 1시간 길이 동안 5초마다 나타나는 숫자 번역칸에 받아주는 것도 일이다. 
자,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툴마다 잘하는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다는 거다. 이 프로젝트 10개국어 정도 번역하는 것 같던데 PM이 다른 번역가들에게 스마트캣 제안할지도 모른다. 너희 쓸 줄 아느냐고... 아니면 SRT로 작업할 수 있느냐고... 에이전시도 절약하고 번역가들도 파일 구성하는 잡일 안 해도 된다.

팁:이건 영상 번역이되 영화랑 다르다. 분당 아니라 단어당 준다. 기업 영상물이다. 아마도 단어 수로는 영화 5, 6편 될지도 모른다. 시간상으로는 7천 단어니까 널널하게 이틀이면 퀄리티 좋게 나간다. 영화로 보면 이거 60분 짜리로 최소한 3편 될 거다. 퀄리티 간당간당하게 사흘(8시간 기준) 꼬빡 일해야 한다? 기업 영상은 원문의 설명이 길므로 동영상 볼 필요도 없다. 어떤 때는 에이전시에서 동영상도 안 보내주고 보내줘도 필요한 부분만 보면 된다. 영상 소프트웨어 툴 또한 엄청 버벅대고 60분 짜리 끝내려면 수도 없이 뻑나서 꺼진다. 가장 큰 차이, 기업 영상물은 쭉 존대말 깔면 된다. 그래서 볼 필요 거의 없다. 반면 영화 영상 하려면 누가 말하는 건지, 나오는 인물도 많고 수시로 봐야 한다. 이거 번역 아니다. 잡일이다. 물론 응당한 대가를 주면 괜찮겠으나 이틀 전 올린 영상번역 단가 신기록에서 봤듯이 잡일이 되어버렸다.
영화 번역가 아닌 공장 영상번역을 벗어날 수 있다면 어서 벗어나라.  영화 한 편 할 시간이면 스마트캣 감 잡는다. 세 편 할 시간이면 어디 가서 나 캣툴 쓸 줄 알아 말할 정도는 된다.
ps: 위 링크인지 다른 글인지, srt로 번역하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상번역 도구, 다 먼지만 난다. 수백만 달러 투자해서 만들었겠지만... 제작자 측면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다. 사실 번역가들이 그 툴을 쓸 이유가 없다. 효율이든, 뭐든 간에... 그냥 갑질 당하는 셈이다. 번역가를 노비로 만드는 툴이다. 자기네들이 작업하고 번역가는 srt 내려서 작업한 후, 다시 업로드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것 없다. 최종 감수자만 번역가가 올려놓은 것 걔네들 툴에서 보면 되는 것이다. QA툴의 부담을 고스란히 번역가에게 넘긴 것이다. QA? 좋아하네... 퀄리티의 키인 번역 요율은 개무시하고... 
ps: 내용도 중급은 돼야 하고 마구 쓰다 보니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으실게다. 정 궁금하시면 댓글 남기시면 알려드리겠다.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