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구의 번역 실력

이번엔 내 얘기 아니다.
흠... 역대급 기계번여의 실력에 혀를 내두를 뿐.
기계번역은 들쭉날쭉하여 피해 볼 때도 있고 주제가 비트코인인 만큼 난이도도 있고 그리 잘 번역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여, 8500여 단어를 20시간으로 넉넉하게 잡고 입찰하여 받아냈으나...
토씨 하나까지 검색하고 천천히 작업하고 문장까지 바꿔주는 정성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14시간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만 같다. 오늘 건은 경이에 가깝다. 인간 번역보다 나았다. 괴상한 문장 군데군데 있었으나 오히려 황당하게 나오니까 캐치하기도 쉬웠고 전반적으로 DEAD ON 문장이 대부분이었다. 헐...지겨워서 더 못 잡고 있을 지경이다. 
역대급이었다. 작년에 한번 인간 번역이라고 줬으나 아주 황당하게 틀리는 문장이 군데군데 있어서 포스트에딧인데 말 안하고 주었나 의심했던 건이 하나 있었다(그 에이전시가 당시 MT를 테스트 중이어서 의심했다).당시 프루핑이라고 하여서 작업을 하였는데 도무지 인간 번역가라고는 보기 어려운 것이, 그 전체적인 퀄리티에 비해 완전 황당한 번역이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 많아서 기계번역을 의심했던 것이었다. 아무튼 놀라운 것은 시간당 임금에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작년 하반기에 포스트에딧을 검토도 하여야 할 것 같았고...한 댓 건을 시도해 봤고 얼추 번역료의 70-75% 가량 받으면 시간당 임금에는 차질이 없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당시 무슨 패션 사이트 하나를 맡았는데 사실 번역 건 만큼 시간이 소요되어서 후회한 바도 있기는 하다.대략 작년 10월경이었던 것 같다. 알파고가 한 2년 사이인가, 이세돌을 꺾은 후, 커제와 대결하는 시점에는 4점이 늘었다고 하니... 사실 번역도 작년 10월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이며, 그걸 실제로 느끼고 있다.
흠. 우선 이 건이 놀라왔던 것은 꽤 유명한 코인 회사이기는 하지만(네이버에 검색이 꽤 많이 나왔다), 그렇다고 공식 문건이 번역된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이 문건은 매우 잘쓴 문건이다. 군더더기가 없으며 문장 구성이 간결하고 TO THE POINT다. 사실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부끄럽다). 아주 잘 썼다. 미스터 구 기계번역가가 정말 잘 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씨잘데없이 긴 문장이 없다. 변호사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이전에 내가 모셨던 사장님의 글 재주에 대해서 별도의 글을 한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추후에...
기계의 한계를 감안해서, 황당한 문장을 드러내준다면 이 정도 번역하기 어렵다. 보통 감수 가격은 외국의 경우, 잘 주는 곳은 대량 번역료의 35%를 준다. (초기에는 50%까지 받았으나 요즘 50% 주는 곳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심지어 내가 본 블로그에서 자주 까대는 스웨트샵 에이전시에서는 단어당 1.6센트란 가격까지 봤고 2.5센트 이하가 얘네들의 프루핑 가격이다. 민망한지 1천 단어당 15센트란 식으로 기재해서 보낸다. 거기 사고 난 건 내가 처리했다고 올린 바 있다. 거기 번역가들 당연 저가 번역가여서 품질 안 좋다. 그래서 아예 감수 건 날아오는 것 지메일에서 필터링 시켜 버렸다. 거기 감수 건은 무조건 안 한다. 
자, 그러한데 이 기계번역, 감탄사! 절로 나온다.자, 포스트에딧도 감수라고 보자.이번 포스트에딧의 감수에 소요된 시간의 관점(황당한 부분 제외, 이건 솔직히 시간이 별로 안 걸림)에서 1급을 넘보는 번역가가 처리한 것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1급이라 함은 매우 잘하는 공장번역가, 2급이라 하면 걍, 어찌저찌 이골로 넘어가는 번역가, 3류부터는 기레기라고 가정할 때다. 그러니까 1급 바로 밑이다(다시 말하지만 황당한 부분 드러내고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감수 시간의 관점에서다. 어순 복붙하고 그러는 게 꽤 있으니까(이건 어정쩡한 인간 번역가들이 더 심하다).
번역가를 까려는 것은 아니다. 워낙 단가가 낮고 기계처럼 한가한 게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들이니 어쩔 수 없다. 아주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난주에 약간 밑졌다는 문건의 얘기를 해보자. 미국 대학에서 외국인 학부형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다. 원문이 드럽다. 친근감 있게 쓴다고 쓴 것인데 정말 못 쓴다. (그리고 이건 갖고 감수자가 시비 걸었다고 했다. 뭐 35점인가? 이전에 쓴 글 있다. 아무튼 그 건은 감수하려면 똑바로 감수하라고 리버털 써서 잘 해결되었고 오늘 이 큰 작업도 계속 받고 있는 것이다(본 블로그 방문객 중에 처음 번역계에 진출하셔서 감수 작업 받으신 분들은 본 블로그에서 "감수"를 키워드로 검석하셔서 꼬오오오오옥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건이 몇 번 했고 쉬운 내용이어서인지 아무튼 포스트에딧으로 뜨는데 기계가 전혀 번역 못 한다.난이도는 아주 낮다. 자녀들한테 어떻게 조언하고 학교 서비스는 뭐고 이런 정도다. 기계 번역 거의 못 쓴다. 그리고 원문이 드러워서 번역문을 완전히 한국화하기 전에는 절대 좋은 번역문이 나올 수 없다. 아마 원문 작성자가 쓴 중요한 단어는 깡그리 바꿔야 할 수준이다.
이렇듯 기계번역의 결과는 난이도와는 무관하게 들쭉날쭉한다.우선 원문이 좋고 특히 전문용어가 많이 들어가면 기계번역이 상당히 잘 처리한다.그리고 문장이 길면 길수록, 더 잘 처리한다. 문장에 들어간 정보가 많기 때문에 기계 번역이 그 정보를 활용하여 상관성이 높은 문장을 찾아내는 것임에 틀림없다.
기계번역이 가장 어려울 부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영화다. 단답형의 대사가 대부분이니 정보가 부족해서다. 게다가 존대말 구분 못하는 건 치명적이고.
얘기가 자꾸 샌다.
정리하자.미스터 구 기계번역가가 코인 문건을 학부모 통지문보다 훨씬 더 잘 번역한다. 미스터 구가 잘 쓰여진 원문과 난이도 있는 전문 문건은 왠만한 번역가 뺨친다(감수에 소요되는 시간의 관점에서)....
자,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하여...포스트에딧은 번역회사가 미리 기계번역을 하여서 감수시키는 프로젝트를 말함.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다.젠장 6시간 피 같은 돈 날아갔다. 한두푼이 아니다. 이 추운 시기에....더 열받는 건 번역회사가 남으니까 나한테 일 준 거였단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더 비도덕적이 되었다가 사고 날 수도 있으니 시간당 임금을 더 올려쳐야겠다.사실 번역가 한계 지점에 가까운 금액에 입찰했는데... 시간 남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과연 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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